누수 피해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3년 간의 다툼

잃어버린 시간은 돈으로 치환 가능한가?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벌써 내일이 절기상 대한이다. 일 년 중 가장 추운 절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한이 더 춥다는 말도 있다.


여하튼 말이 무색하게 요즘 날씨는 제법 추운데, 이맘때가 되면 사무실에 누수로 인한 상담 전화가 부쩍 늘어난다. 영하로 내려간 기온에 배관이 얼었다가 터지고, 터진 배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아래층 천장으로 스며들면서 누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빠르게 수리하면 며칠 안에도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분쟁이 3년 넘게 진행된 사건이 있다.




책임지지 않는 윗집


50대 가장인 그는 동파로 인해 누수 피해를 입었다. 바로 윗집 소유자에게 문자를 보냈고, 전화를 걸었고,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뿐이었다.


그사이 누수는 확산됐다. 작은방 천장에서 시작된 얼룩이 화장실 앞으로, 거실로, 주방으로 번져갔다.


누수피해.png


그는 60여만 원을 들여 누수 탐지를 했고, 윗집 화장실 방수 문제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공사를 위해 윗집 임차인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임차인은 집주인한테 얘기하라며 귀찮은 일을 회피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살고 있는 사람을 쫓아낼 수도 없고, 남의 집 바닥을 함부로 뜯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보일러를 틀어 말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뿐이었다.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해지는 기간 동안, 곰팡이는 점점 자라났다. 알레르기 때문에 숨쉬기가 두려워졌고, 물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잠들 수 없었다.



결국 1년 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 그는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원인을 찾는 시간


소장을 제출하며 곧바로 법원에 감정 신청을 요청했다. 감정인 선정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상대방 변호사가 제출한 답변서를 읽었는데, 한숨이 나왔다.


피고는 모든 책임을 부인했다. 화장실 방수에는 문제가 없고, 이웃집 배수관이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의뢰인이 집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감정인은 약 1년의 기간 동안 다섯 차례 현장을 방문하여 꼼꼼히 조사했다. 화장실에 물을 채워 담수 시험을 했고, 배관에 공기압을 넣어 누수 여부를 확인했다. 수도계량기를 30분간 지켜보며 눈금의 변화를 추적했다. 옥상 방수층도 살폈고, 계단실 공용 배관도 점검했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두 번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네 번째 조사를 거듭했다. 피고 측은 계속 이웃집 탓을 했다. 그런데 감정인이 확인한 결과, 이웃집은 이미 배수관을 외벽으로 새로 시공한 상태였다.


다섯 번째 조사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윗집에서 수도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누수가 멈췄다가, 다시 사용하면 누수가 시작되는 패턴이 발견된 것이다. 감정인은 결론을 내렸다. 윗집 화장실 앞에서 주방 사이, 급수배관 어딘가에서 물이 새고 있고, 그 물이 바닥 슬라브를 타고 흘러 아래층 천장을 적신다는 것이었다.


거실 창가 쪽 누수는 더 명확했다. 비 오는 날 조사를 나간 감정인이 발견했는데, 윗집 발코니 창 하부 콘크리트에 균열이 있었고, 빗물이 그 틈으로 스며들어 아래층으로 흘렀다.


감정서.png 감정서 중 발췌





기다림 끝에


우리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공작물책임 법리를 다시 정리했다. 건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점유자나 소유자가 배상책임을 진다. 급수배관은 전유부분에 속하고, 외벽 균열은 공용부분이지만 관리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논리가 받아들여져 1심 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피고는 항소한 뒤, 감정서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시간을 끌었다.


책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의뢰인 가족은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곰팡이로 가득한 집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


법적 다툼이 길어질수록, 누군가의 일상은 그만큼 더 망가지는 것이다. 결과가 자명하다면, 빠르게 수긍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본다.



결국 항소심에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윗집주인이 의뢰인에게 1,2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누수 손해배상.png




시간은 돈으로 치환 가능한가?


집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다. 그 공간이 무너지면 일상 또한 무너진다.


법원은 그 무너진 일상으로 인한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여 판결하지만,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과연 돈으로 치환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상념을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다.


법은 느리다. 그 느림 속에서 의뢰인은 고통받는다. 소장을 쓰고, 감정을 기다리고, 판결이 나오는 동안에도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진다. 법적 절차가 정확하게 진행되는 것과, 의뢰인의 고통이 멈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것이 변호사로서 내가 마주하는 한계다.


이러한 직업적 한계가 있음에도 나는 매일 사건기록을 펼친다. 완벽하게 그들의 삶을 구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법이 제공하는 구제책만큼은 끝까지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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