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의 집요한 방해와 대법원까지 간 입양 허가

아픔을 딛고 완전한 가족이 되기까지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변호사님, 제 성을 바꿀 수 있을까요?"


"아이가 곧 태어납니다. 제 아이가, 저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양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았으면 좋겠어요."





폭력이 일상이던 집


그와 동생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


친아버지는 부부 싸움이 날 때마다 주먹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가격하고, 폭언도 서슴지 않던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어린 두 자녀가 '아빠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아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폭력은 점점 심해졌고, 어머니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혼을 택했다. 그가 열세 살, 동생이 여덟 살이던 해였다.


그날 이후 친아버지는 두 남매의 삶에서 사라졌다.





진짜 아버지를 만나다


어머니는 몇 년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계부는 폭력적이었던 친아버지와는 달랐다. 사춘기 소년과 여중생이었던 두 남매를 친자식처럼 아꼈다. 학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야식을 준비해주곤 했다. 두 남매는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었고, 그를 아빠라고 부르게 되었다.


몇 년의 사실혼 끝에 어머니와 계부는 혼인신고를 했다.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두 남매에게 진짜 아버지가 되어준 것이다.


하지만 법률상으로는 그저 '어머니의 배우자'일 뿐이었다. 각종 서류를 낼 때마다 오빠와 동생은 자신들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가족사를 드러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미리 대답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계부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기왕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날로 쇠약해져 갔다. 또한 그 무렵 그에게 첫 아이가 생겼고, 동생은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이제라도 법적으로 완전한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곧 태어날 제 아이가 할아버지의 성을 받을 수 있게, 동생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아도 되게,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법적으로도 우리 아버지가 되실 수 있게요."





이유 없이 입양을 거부하는 친부


우리는 가정법원에 성년자 입양에 대한 부모의 동의를 갈음하는 심판을 신청했다. 신청서에는 친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홀로서기, 그리고 진짜 아버지가 되어준 양아버지와 함께한 오랜 세월 등 두 남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년자 입양에는 원칙적으로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친아버지가 동의를 거부할 것이 분명했다. 20년 가까이 연락 한 번 없으면서도 법적 지위만은 놓지 않으려 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법원이 대신 친부의 동의를 갈음해서 입양을 허가해 달라는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예상대로 법원이 의견서를 송달하자 친아버지는 동의를 거부했다. 정당한 이유는 없었다.


친부의 입양 거부.png 친부의 의견서


우리는 참고서면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친아버지가 20년 가까이 자녀들과 단절된 채 살았다는 점, 양아버지가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돌봐왔다는 점, 친아버지의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상세히 적었다.


결국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져, 법원은 입양을 허가했다.


성년자입양허가.png


하지만 친아버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항고를 한 것이다. 강산이 3번이 바뀔 정도로 오랜 기간 변호사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자녀의 입양을 막으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친부로서의 책임은 외면하면서, 아버지라는 지위만은 끝까지 붙들려는 모습에 혀를 찼다.


결국 이 의미 없는 시간 끌기는 대법원의 특별항고 기각 결정을 통해 마무리되었다.


특별항고 기각.png





촉박한 시간


입양 허가가 확정되자마자, 우리는 부랴부랴 성본변경 신청을 준비했다. 그때가 12월이었는데, 그의 아내가 3월 초에 분만 예정이라 시간이 촉박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었다. 그에게는 사회초년생 시절,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려 벌금형의 형사 전과가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그런 사정을 모른다. 성인의 성본변경은 범죄 이력을 숨기려는 목적이 아닌지, 채권자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등을 법원에서 까다롭게 검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입양 허가를 받은 것이다. 입양이 확정되면 양부의 성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친부는 앞선 입양 허가 과정에서도 이유 없이 부동의하며 사건을 지연시켰고, 허가가 나온 후에도 대법원까지 끌고 갔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훼방을 놓을 것이 분명합니다. 부디 남매의 복리,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의 복리를 고려해 주십시오."


법원은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친부의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성본변경을 허가한다는 심판을 내린 것이다.

성인 성본변경 허가.png


다행스럽게도 2월 초에 결과가 나왔기에, 곧 태어날 아이 문제는 물론 동생의 취업 문제까지 지장이 없게 되었다.





친부는 왜 방해했을까


친아버지는 왜 그토록 집요하게 자녀들의 입양과 성본변경을 막으려 했을까. 20년 가까이 연락 한 번 없었으면서, 법적 지위만은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에게 자녀는 소유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키우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내 자식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 집착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특별항고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결과가 말해주듯, 오랫동안 진짜 아버지 역할을 해온 계부와, 한 번도 자녀를 돌보지 않았던 친아버지 중 누가 진정한 아버지인지는 명백했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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