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신뢰는 다시 붙일 수 있는가
"손목이 아파서 무거운 걸 들 수가 없어요."
그녀는 여름 물놀이 시간에 일어난 일을 설명하면서 자꾸 양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몇 년 전부터 인대 장애로 치료를 받아와서 힘을 주기 어려운 상태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상태와 모순되게도,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잡아 물속에 여러 번 넣었다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교사였던 그녀는 다니던 유치원에서 직위해제 통지를 받았고, 경찰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7월의 물놀이
사건이 일어난 건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유치원 밖 간이 물놀이장에서 그녀가 담당하는 아이들과 다른 반 아이들이 함께 물놀이를 했다. 마을 주민들이 지나가며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된 공간이었다.
물놀이가 시작되자 한 아이가 물총의 물통과 총 부분을 분리해서 들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수영장 안에 내팽개쳐 두었다. 그녀는 물놀이장 안에 버려진 물총을 발견했는데, 윗부분이 깨져 있었다.
행여 아이들이 다칠까 봐 이를 주워서 선반 위에 올려놓은 그녀는 물총을 가져온 아이에게 말했다.
"OO아~ 물총이 깨져있네?"
그 순간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물총을 부쉈어. 너무해."
그녀는 부수지 않았다고, 그냥 주워서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듣지 않았다. "너무해"를 반복하며 울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 머리를 잡아서 물속에 3번이나 넣었다는 항의였다. 그녀는 그런 일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전화는 끊겼고, 곧바로 경찰 신고가 들어갔다.
증거가 말하는 것
나는 사건 기록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확인했다.
먼저 CCTV 영상이 있었다. 물놀이장 자체는 찍히지 않았지만, 복도와 교실 영상에서 아이는 물놀이 후 친구들과 활발하게 놀았다. 물총 쏘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쳤고, 점심을 먹고 평소처럼 하원했다.
목격자 진술도 있었다. 물놀이 당시 다른 반 교사와 여러 아이들이 함께 있었는데, 누구도 그녀가 아이를 물에 빠트리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아이에게 외상이나 특이점도 없었다.
흥미로운 건 아이의 진술 변화였다. 처음 경찰에게는 "4번 빠트렸다"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10번은 반복한 것 같다"로 바뀌었다. 머리채를 잡아끌었다는 진술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신체 조건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양손 손목 인대 장애로 치료를 받아왔고, 사건 전에도 물건을 옮기다가 손상을 입어 3주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손에 힘을 주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이다. 반면 아이는 당시 반에서 가장 큰 남자아이였고, 머리도 짧았기에, 머리채를 잡을 수도 없었다.
위와 같은 의견을 담아 몇 차례 의견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그녀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남은 것들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그녀는 그 기간 동안 직위해제되었다. 몇 달 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하지 못한 것이다. 무혐의를 받았으니 복직은 가능하겠지만 아동학대 혐의자로 조사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의 경력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지 알 수 없었다.
아이는 무엇을 기억할까. 물총이 깨진 그날을, 선생님이 "너무해"라고 말했던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까.
변호사 일을 하면서, 나는 진실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복잡한지 배웠다. 법정에서 증명하여 나온 진실과, 사람들이 믿는 진실은 종종 다르다.
깨진 물총, 깨진 신뢰
아동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원칙이다. 하지만 그 보호가 때로 성급한 단정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물총이 깨진 걸 발견하고 아이에게 알려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선생님이 물총을 부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진술이 되었고, 진술이 고소가 되었고, 고소가 조사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생님과 아이 사이의 신뢰는 깨져 버렸다. 마치 이 사건의 물총처럼.
그녀는 이제 아이들 앞에 다시 설 수 있을까. 다시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당사자가 아니기에,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다만 기록할 수 있을 뿐이다. 한 여름, 물총 하나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