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장 선사의 조언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삶"
그날도 누군가를 도왔다.
부탁을 받은 건 아니었고,
내가 먼저 나섰고, 상황이 보여서였다.
내가 하면 더 빨리 끝날 것 같았고,
지금 나서지 않으면 괜히 일이 꼬일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
도와주고 나서 상대는 고마워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몸은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마음이 먼저 지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피로의 이유는
일의 양이 아니라 나선 방식에 있었다.
도움은 부탁을 받았을 때보다
내가 먼저 앞서 나설 때 더 빨리 나를 소진시킨다.
그때의 나는 돕고 싶어서라기보다
지켜보고 있기 불편해서,
책임을 미루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한 발 먼저 나섰다.
백장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나서지 말고, 뒤에 처지지 말라.
남의 일을 대신 짊어지지 말고,
스스로의 몫을 분명히 하라.
또 이렇게도 전해진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
(一日不作 一日不食).
남의 짐까지 다 대신 들어 주려 하지 말고,
각자가 제 몫을 감당하게 하라는 뜻이다.
지나친 앞섬도, 억지로 떠안는 도움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가르침이다.
앞서 나서는 순간 일의 경계는 흐려진다.
내 몫과 남의 몫이 섞이고,
책임의 방향도 애매해진다.
그리고 그 애매함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도와주다 지친 날을
돌아보면 대부분은 도움 그 자체보다
굳이 내가 먼저 나섰던 선택이 남아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한 박자 늦추어 본다.
지금 이건 정말 내가 나서야 할 일인지,
아니면 조금 기다려도 되는 일인지.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오히려 상황은
스스로 정리되기도 했다.
도움은 줄었지만 피로는 함께 줄었다.
오늘도 앞서 나설 수 있었지만
한 걸음 물러섰던
순간이 있었는지 하루를 돌아본다.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무책임한 하루는 아니다.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다.
백장선사의 말과 사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선을 넘지 않는 삶 1」**에서
따로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