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 선사의 조언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삶"
그날은 분명 내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험도 있었고 방법도 알고 있었고
조금만 나서면 일이 빨리 정리될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아무 말 없이 먼저 움직였을 것이다.
괜히 기다리다 일이 커질까 봐
괜히 보고만 있다가,
책임을 피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지만 그날은 한 박자 멈췄다.
지금 이건 내가 나서야 할 일인지
아니면 조금 지켜봐도 되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졌다.
백장선사는
할 수 있어도 나서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은 능력을 숨기라는 뜻이 아니라
경계를 지키라는 말이다.
나는 그날 의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도울 수 있었지만 먼저 나서지는 않았다.
말을 보태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다.
내가 너무 무심해 보이지 않을지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마음이 계속 상황을 따라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스스로 흘러갔다.
누군가는 자기 몫을 했고,
누군가는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나는 요청이 왔을 때만 움직였다.
신기하게도 일은 망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책임의 경계가 또렷해졌다.
누가 무엇을 맡고 있는지가 분명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해하지 않게 되었다.
나서지 않는 선택도 하나의 태도라는 걸
조금은 믿게 되었다.
나서지 않으니 괜히 생기던 피로가 줄었다.
앞서 나서느라 쓸데없이 짊어지던 몫도
함께 줄어들었다.
모든 상황에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괜찮았던 순간이 있었는지
하루를 돌아본다.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도
하루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괜찮은 날이다.
백장 선사의 말과 사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선을 넘지 않는 삶 1」**에서
따로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