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하게 고주망태 되는 법

by 재홍

저는 술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 그 자체의 맛보다 술을 핑계로 오가는 솔직한 대화, 적당히 들뜬 텐션,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를 사랑합니다. 지친 근무가 끝나고 술자리에서 나누는 즐거운 뒷담화(?)는 고된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힐링 활동 중에 하나죠.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혜화 근처에서 술을 마시는데요, 그중 자주 가는 술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번에 대학로 맛집을 소개할 때 술집 소개하는 것을 까먹었답니다...


첫 번째 가게는 '한사발 포차'입니다. 체인점이구요. 닭볶음탕과 곱도리탕을 주메뉴로 파는 곳인데, 특히 이브닝 근무를 마치고 배가 출출해진 동기들과 모일 때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국물도 칼칼하고 양념에 밴 닭살도 야들야들하니 맛있는 집입니다. 요즘은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주말에는 웨이팅을 감수해야 하더라고요? 평일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곳의 본체는 사실 프렌치토스트입니다. 술집에서 웬 토스트냐며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계란 물이 입혀진 폭신한 토스트를 곱도리탕의 빨간 국물에 푹 찍어 먹는 순간 생각이 달라집니다. 심지어 토스트 겉면에 설탕이 묻혀져 있어 달고 짜고 맵고. 한국인이라는 안 좋아할 수가 없는 맛인데요. 먹는 순간 혈관의 당이 폭발하고 도파민이 팍팍 나옵니다. 기운이 넘쳐서 목소리의 데시벨을 키우기 십상이니 조심하세요.

곱도리탕과 프렌치토스트

두 번째 단골집은 ‘명륜포차’입니다. 앞선 장소가 밥과 술을 같이 해결하는 1차 술자리에 어울리는 곳이라면, 이곳은 그야말로 술이 술이 부르는 곳입니다. 전형적인 노포감성의 포장마차 구조로 되어 있고요. 김치찌개, 오징어볶음, 제육 같은 다른 안주도 정말 맛있지만 여기는 무조건 생선구이에 소주를 곁들이셔야 합니다. 삼치, 임연수, 고등어 같은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고 촉촉합니다. 갓 나온 생선을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뼈를 발라내고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착 찍어드시면 좋습니다.

이 술집의 유일한 단점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게 문을 열고 잠깐만 있다 가자~ 했다가 3시간이 훌쩍 지나버립니다. 다음날 숙취를 걱정하신다면 짧게만 머무르시기를 바랍니다.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요..

삼치구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개미식당'입니다. 감자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골목 구석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양이 상당합니다. 냄비 끝까지 채워주신 깻잎과 팽이버섯, 돼지등뼈와 얼큰한 국물을 내어주시는데요, 끓으면 바로 숟가락으로 떠먹기 바쁩니다. 해장을 하러 갔다가 도로 술을 더 먹게 되는 곳이에요.

평범해 보이는 콩나물과 계란찜 밑반찬도 환상적입니다. 고춧가루를 듬뿍 묻힌 아삭아삭한 콩나물, 당근과 파가 올라간 부들부들한 계란찜으로만 밥을 한 공기 비울 수 있을 정도예요. 야들야들한 감자탕의 등뼈 속 살을 발라내는 재미도 있구요. 라면사리를 넣어 푹 끓여 약간의 밀가루 맛(?)이 첨가된 국물에 술을 곁들이면 크아~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마지막 코스로 영원한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도 무조건 주문하셔야 하고요.

다시 보니 또 먹고 싶네요

과도한 음주는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만 적당한 음주는 다음 주도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대학로에서 맛있는 안주와 적당한 음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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