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새 손목이 시큰하고 키보드 타자를 칠 때마다 욱신욱신해. 이거 병원 가봐야 하냐? 아님 그냥 물리치료하면 되나? 약 먹으면 나으려나?"
청첩장 같은 카카오톡 알림에 손가락이 멈칫한다. 손목이라, 손목은 잘 모르는데.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로 우리 병원의 정형외과 교수님 얼굴이 떠올랐다. 요새 외래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안될 것 같다. 두 번째로 떠오른 건 포털 사이트 검색창. '손목 통증 원인', '키보드 타자 손목' 같은 포괄적이고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찾아볼 수 있는 검색어. 이걸 그대로 보여주기는 민망했다. 그냥 잘 모르겠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친구가 장난으로 간호사가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줬다. 조금 억울하다.
간호사라는 이유로 친척 분들이나 친구들에게 건강 관련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요새 허리가 아픈데 병원 가봐야 하냐, 눈이 침침하다, 잠을 잘 못 잔다... 부위와 증상도 어찌나 다양한지. 세상 모든 질병이 내 주위 사람들에게 사는 것 같다. 질문받는 것만 기록해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 화 대본이 뚝딱 나올 것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연락을 주었을 테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잘 모른다. 나도 내 발이 아플 때 네이버와 유튜브에 검색하곤 한다.
중환자실 간호사인 내가 잘 아는 것은 Intubation 할 때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혈압이 떨어지면 어떻게 대처할지, CRRT priming는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지 같은 것들이다. 아니면 바이알을 어떻게 손 안 다치고 까는지, 그나마 일상생활에 쓰일만한 구석은 CPR정도? 어떤 깊이와 몇 번의 횟수로 심장 압박을 해야 하는지, 제세동기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 사실 다른 내 지식들은 일반인들이 모르면 모를수록 좋다..(?)
그래서 나에게 자주 건강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물어보는 게 내가 잘 아는 상황이면 넌 이미 응급실에 와 있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