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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과 초여름

by 재홍

저는 자주 날씨와 관련된 말로 인사말을 건네곤 합니다. 비가 오네요, 햇빛이 쨍쨍하네요, 바람이 많이 부네요 같은 말들이요. 근 한 달쯤은 날씨가 좋다는 말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오래가는 봄만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요? 여름에게는 미안하지만 후텁지근하고 습한 날은 마주하기 싫습니다. 지각한 친구를 기다릴 때 약속 장소에서 혼자 할 일을 찾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즐겁듯이, 늦게 오는 여름을 맞이하는 일도 설렙니다.


봄은 항상 그립습니다. 자주 만나지 못한 연인 같이요. 서로의 냄새를 맡고, 양 볼을 잡고 있어도, 손을 부비고 있어도 그리운 것처럼요. 햇빛이 넉넉한 날이 연인을 만들기도 하니 날씨와 사랑은 퍽 관련 있어 보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손을 잡아버렸다는 어디 영화에 나올 법한 친구의 말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속절없이 같은 말들을요. 우리들은 우리의 마음을 우연과 날씨 같은 말을 빙자하여 숨기려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거짓말이 싫지 않은 사람이고요.


여름에게 섭섭한 말만 했는데요, 여름이 은근한 부분이 없다 뿐이지 확실하고 화려한 면모가 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오는 꽃들이며, 바다의 물은 땅의 뜨거움에 반해 더 파랗습니다. 봄이 핑계로 연락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핑계를 내팽개치고 확실한 플러팅을 하는 구간입니다. 길어진 낮을 함께 걷고 노을이 지는 광경을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는 고백. 전형적인 여름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저도 좋아합니다.


어쩐지 더워 오는 요즘입니다. 아직 늦지 않은 늦봄을 맞이하여 나들이 계획을 잡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다가오는 초여름을 기념하여 드라이브를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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