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수하는 여행

by 재홍

여러분은 어떻게 여행지를 결정하시나요? 누군가는 미식을 위해 떠나고, 또 누군가는 물 속이나 산속 같은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겠죠. 민음사 유튜브에서 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동영상에서 어떤 분은 특이하게 싱가포르만 네 번이나 갔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직 태형(笞刑)이 남아있어 치안이 좋을 것 같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듣고 깔깔대면서 웃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지를 정할 때 모순적인 기준을 세웠습니다. 바로 ‘도시이면서 힐링’이라는 테마였죠. 지난번 라오스 여행에서 기반 시설 부족으로 겪었던 불편함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침 튀기며 흥정해야 하는 툭툭이,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상점가, 일찍 문을 닫는 음식점 등은 저희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문 여는 편의점, 동남아의 무더운 날씨를 이기게 해주는 시원한 백화점, 손쉽게 잡히는 그랩 택시, 그리고 편리한 지하철까지! 이런 도시의 편리함은 방콕이 가진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동남아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힐링을 만끽하고 싶었어요. 저렴하면서도 시원한 마사지를 마음껏 받고, 그림 같은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상상만으로도 설렜죠. 고즈넉한 사찰을 거닐며 평온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도시의 편리함과 동남아의 낭만이 공존하는 곳,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방콕으로 향했습니다.


방콕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은 후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지며 정보를 얻기 시작했어요. 가성비 좋은 수영장이 있는 호텔, 미슐랭 빕구르망을 받은 음식점, 5점 만점에 4점 후반을 받은 평점과 방대한 후기가 있는 마사지 샵을 찾고 또 찾았습니다. 현대의 알고리즘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열심히 찾아보니 정보는 모래알처럼 쏟아져 나왔고, 선택 장애만 가중되는 기분이었어요.


한참을 그렇게 씨름하다가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찾아봐도 결국 최고의 선택지는 없을 수도 있다는 걸요. 그래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가자! 경험을 아끼지 말자!" 이렇게 마음먹으니 홀가분하더라고요. 구글 맵 지도를 켜고, 손가락 닿는 대로 갈 곳을 정했습니다.


주의: 자주 실수하는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