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오토바이를 곁들인
출발 전, 공항부터 방콕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각종 유적과 고즈넉한 사원,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로드, 말 그대로 살 맛 나는 백화점, 그리고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시장까지. 구글 지도를 하도 많이 봐서 마치 이미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고 제 마음은 한 풀 꺾여버렸습니다. 아니, 사실 벌초당한 것 같았죠. 오랜 비행으로 엉덩이와 허리가 이미 지쳐 있는 상태에서, 짐을 찾고 나서 "그냥 택시 타면 되지!"라는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랩 택시 승차장으로 향하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초록색과 노란색의 들판이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수많은 택시들이 전부 다 방콕 시내로 향하는 그랩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꼬리에 꼬리를 문 들판은 잘 익은 벼처럼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나가는 길이 1차선이라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허탈했습니다. 저와 동행자는 서로를 쳐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 땀에 절어서 겨우 택시를 탔습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역시나 앞에도 옆에도 초록색 노란색 택시 물결이더라고요. 넘실대는 파도처럼 그랩들이 방콕 시내로 들이쳐 갔습니다. 도심에 도착하자마자 오토바이들이 저희를 반겨주더라고요. 끼어들고, 파고들고, 빵빵거리고… 가뜩이나 막히는 길에 오토바이들은 저희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늦게 호텔에 도착했어요.
방콕은 기대했던 모습보다 혼돈으로 가득했습니다. 누가 동남아 여행이 ‘여유’롭다고 했나요? 첫날부터 치열한 실수하는 여행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