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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 더 뜨거운 국수 한 그릇

by 재홍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위해 발길이 닿는 대로 향했습니다. 왜 그렇잖아요, 여행지에서 먹은 첫 식사가 기억에 가장 남잖아요. 가장 멋지고 맛있으면서도 현지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아침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걷던 중 한 국숫집 앞에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간이 테이블이 보였습니다.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 몇 대만이 그곳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태국의 어떤 기운이 흘러나왔다고 할까요. 홀린 듯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하시는 국숫집은 맛집의 웅취를 그윽하게 풍겼습니다. 8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현지인 분들로 절반 정도 차 있던 것 같아요. 가게 한쪽에는 큰 덩어리 진 고기로 국물을 우리고 계셨고, 한쪽에선 야채를 손질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메뉴판엔 두 종류밖에 없더라고요. 그냥 국수와 똠얌 국수. 똠얌꿍을 먹어본 적이 없는 터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똠얌 국수를 시켰습니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을 때 익숙하지 않은 강렬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비주얼은 제주도의 고기 국수 같은 느낌이지만, 시큼한 향이 나는 게 달랐습니다. 간 고기와, 파채, 새우 완자, 돼지 내장이 한 그릇에 다 들어 있더라고요. 한 숟가락을 뜨자 새콤하고 매콤한 국물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새콤? 매콤? 둘이 공존하는 게 가능한가? 이마에서는 이미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고, 약간의 불편함이 엄습해 왔습니다. 잘 시킨 걸까? 싶었죠.


하지만 낯섦은 어느새 중독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내장과 야채를 한 데 올리기 위해 연신 국물 속을 헤집었습니다. 두 손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그것 같았어요. 한 손으로는 연신 휴지를 뽑아 이마의 땀을 훔쳐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숟가락을 움직였습니다. 꽤나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은 불편함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덥고 불편하지만 새롭고 맛있는 이중적인 상황에서의 오묘함은 저에게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 주었죠. '되는 대로 가자'의 이번 여행 철학과 맞는 맛 나고 소중한 한 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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