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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타운 삼고초려

by 재홍

우리는 여행하면서 한 번 들렀던 장소를 다시 가지 않는 경우가 많죠. 동선의 최적화, 여행 일정이 빠듯하다는 것,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은데요. '실수하는 여행'의 모토와 걸맞게 저는 방콕 차이나 타운을 무려 세 번 다녀왔습니다.


차이나타운게이트

첫 번째 차이나타운 방문은 아침이었습니다. 이곳에 가고 싶었던 카페가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죠. 햇빛이 비치는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했습니다. 상인분들은 앉아서 파리를 쫓거나 졸고 있었죠. 여유롭고 평화로웠습니다.

옛 가게를 개조한 카페는 서울의 일반적인 그것이었습니다. 적당히 분위기 좋은 카페였죠. 커피 맛은 그저 그랬습니다. 조금 실망한 채로 미련 없이 떠났습니다.



다음 날 밤 발걸음은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야경이 그렇게 멋지다는 글을 읽은 후에 말이죠. 차이나타운의 밤은 그야말로 황홀했습니다. 와글와글 발 디딜 틈 없는 거리에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걷고 있었고, 다닥다닥 붙어선 노점들마다 각양각색의 먹거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해산물을 석쇠에 구워서 꼬치에 꽂아주는 집, 달콤한 크레페를 파는 집, 생과일을 갈아서 주는 집, 만두를 직접 빚어서 쪄 주는 집 등등, 맛있는 게 참 많더라고요. 뜨겁고 습한 공기와 왁자지껄한 소음, 빨갛고 노랗고 파란 형형색색의 간판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차이나 타운 옆 '송왓 로드'를 들렀습니다. 요새 젊은 방콕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플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성수동을 닮아있었습니다. 커피는 물론이고 안경, 피자, 향수 팝업 매장도 있더라고요. 예쁜 피규어들과 귀여운 장식과 악세사리를 파는 소품샵, 구제 옷 가게 안에도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차이나 타운의 세 얼굴들은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이미 방문했던 곳이더라도 시간과 관점을 달리 해서 다시 찾는 재미를 찾았다고 할까요.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한 장소를 여러 번 찾아가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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