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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맛의 지혜

방콕 쿠킹 클래스 이야기

by 재홍

방콕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태국요리 원데이 클래스였습니다! 우연히 핸드폰에 구글 맵 지도에서 쿠킹 클래스 광고가 있더라고요. 다음날 아침 시간으로 예약했습니다. 왜 아침부터 쿠킹클래스가 시작될까? 했는데 시장에서 재료를 사는 것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망고와 용과 같은 열대 과일을 고르는 법, 그리고 상인들과 흥정하는 요령까지 배우며 방콕의 진짜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갓 사온 재료들을 들고 돌아와 드디어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첫 메뉴는 바로 똠얌꿍! 이미 뜨겁고 신 맛에 적응이 되어 특유의 향이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재료를 썰고 볶는 동안 코코넛 설탕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국물이 끓어오르자 진하고 깊은 똠얌꿍 특유의 맛과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팔아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만족스러웠어요. 이어서 팟타이, 그린 커리, 쏨땀까지 연달아 만들었습니다. 북적이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요리에 대한 순수한 재미를 느꼈습니다. 방콕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재료들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방콕에서 자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내는 식재료들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요리가 모두 끝나고 쿠킹 클래스 선생님이 오늘 만든 레시피 북을 주시면서 해줬던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레시피 북에 나와 있는 대로 해도 좋지만, 직접 만들면서 맛을 보고 부족한 것은 더하고 과하다 싶으면 줄여도 됩니다. 싱겁다 느껴지면 소금을, 감칠맛이 덜하다 싶으면 코코넛 설탕을 넣는 거죠. 일단 요리를 시작한다는 그 마음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완벽하고 절대적인 정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쿠킹 클래스를 비롯해서 '실수하는 여행'은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임을 말이죠.


사실 어떤 실수들은 굉장히 괴롭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고개를 가로로 절레절레 흔들고, 헐레벌떡 뛰어야 하죠. 하지만 고통스러웠던 그 순간들마저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가장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이 됩니다. 엉뚱한 선택과 예측 불가능한 과정 속에서 뜻밖의 발견과 재미를 얻기도 합니다. 방콕의 쿠킹 클래스는 제게 '나만의 맛'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찾아가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실수하는 과정이 결국 제 삶과 여행을 가장 즐겁고 풍요롭게 채워주는 중요한 배움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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