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다오에서 1박 2일
내가 쏟아질 것 같이 많은 별을 처음 본 것은 21살 때, '리틀보라카이'라고 불리는 필리핀의 작은 섬 '말라파수쿠아'에서였다. 말라파수쿠아는 어학원 룸메이트였던 30대 중반의 언니와 함께 둘이 간 여행이었다. 우리는 15살 정도 차이가 났지만 친구처럼 잘 지냈다. 당시 필리핀에서 한국 여자 둘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간다는 건 흔하지 않았다. 나의 무모함과 언니의 경험치가 합쳐져 계획된 여행이었다.
구글맵도 없던 때라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들어갔다.
말라파스쿠아는 섬 전체가 8시면 단수가 되고 9시가 되면 전기가 끊겼다. 그래서 별이 정말 잘 보였다. '별이 쏟아질듯한 하늘'이라는 표현을 실감하는 날이었다. 나 만보긴 너무 아까워 가족과 남자친구(현 남편)가 생각났었다. 병에 담아와 그들의 눈앞에 펼쳐주고 싶다는 낭만적인 생각도 해봤었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보내면서 '치앙다오'에 1박 2일 근교여행을 다녀왔다. 치앙다오는 별들의 도시라는 의미로 별이 많이 보이는 지역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치앙마이에서는 밴을 빌려 다니거나 여행사 하루 상품을 이용해 다녀왔기 때문에 편하게 다녔었다. 이번에 치앙라이 여행은 말라파스쿠아에 다녀왔던 여행처럼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시절에는 가는 길을 찾아 프린트해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었는데, 이제 구글맵이 있는 세상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다. 태국은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필리핀보다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파파고로 해결 가능하다. 이런 감탄도 새삼스럽지만 참 놀라운 세상이다.
치앙라이에서는 별사진도 찍어주고 한식도 먹을 수 있는 한인숙소로 결정했다. 캠핑장처럼 꾸며져 있는 리조트였는데 동화 속에 나오는 장소처럼 예뻤다. 한인리조트이니만큼 손님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대부분은 우리처럼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가족들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한식과 한국말이 이리도 정겹다니.
아쉽게도 날이 흐린 날이라 (별의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별이 쏟아질듯한 하늘은 많지 않다고 한다.)
환상적인 하늘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별들이 보였다.
예전에 혼자 봐서 아까웠던 하늘이, 이제는 내 곁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두 녀석들과 함께라 감정이 벅차올랐다. 이 녀석들의 처음은 나와 함께라 이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해줬으면. 오늘은 별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