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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밤수영

by 포에버영

1월 치앙마이의 날씨는 일교차가 크다. 한낮에는 한여름 날씨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평균 최저기온이 14.2도로 봄, 가을 날씨다. 햇빛 쨍쨍한 한 낮에만 1-2시간씩 수영을 할 수 있었다. 휴양지로 여행 가면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노는 우리 가족은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낮에 관광을 하다가 수영시간을 놓친 날에 우리 집 공식 물개 첫째가 밤수영을 제안했다.

"우리 저녁에 수영장 들어가 볼까?"

"좀 춥지 않을까?"

"에이~ 추우면 사우나도 들어가고, 금방 나오면 되지 뭐~"

첫째의 낙천성은 언제나 나를 안심시킨다.

걱정 많은 엄마에게 딱 맞는 딸이랄까. (물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단점이 있다.)

공기는 서늘했지만, 한 낮 햇빛에 데워진 수온은 오히려 낮에 수영할 때보다 미지근했다.

그래도 물속에 들어가기 전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하고 얼른 들어가 몸을 움직여야 그나마 견딜만했다. 아이들은 수영장 조명에 알록달록 물든 분수물과 함께 놀면서 신이 났다.

낮에는 잠깐 물에 들어갔다가 선베드에 누워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기만 했지만 밤수영에서는 추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몸을 움직이는 게 살길이다.

"우리 수영시합할까?"

"그래!"

"어떤 영법도 하지 말고, 개헤엄으로 하는 거 어때?"

수영실력으로는 이미 승부가 첫째>나> 둘째로 결정 나 있었기 때문에 승부를 알 수 없는 개헤엄이 주종목이 되었다.

"시~작"

"흐하하하하 잡지 마~, 꺄르르르르"

"엄마~ 준이 표정 좀 봐 하하하"

승부고 뭐고 웃느라 갈 수가 없다. 행복이란 건 대부분 '행복했다'라고 과거형이 되어서 아는 경우가 많지만 그 순간엔 '행복하다'는게 선명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만 뽑자면 이국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도, 한국에선 경험할 수 없는 관광지에 갔을 때도 아니었다.

딱 하나만 뽑으라면 역시 이때였다. 아이들과 한 밤의 수영, 함께 눈을 마주치고 웃었던 바로 그 장면이다.

내 파랑새는 아마도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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