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차례로 씻으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어… 어? 뭐지? 얘들아 밖에 무슨일 있는지 봐봐”
첫째: ”엄마 아무일도 없는거 같은데? 왜 계속 울리는거지?“
둘째: “우리 죽는거 아니야?”
욕실에서 얼른 나와 대충 물기를 닦아내고 얼른 옷을 입었다.
아스트라스카이리버 콘도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왼쪽, 오른쪽으로 문이 죽 늘어서 있는 구조였다. 문을 열고 복도를 살펴보니 사람들도 다들 문을 열고 서로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이렌은 계속 울렸고, 안내방송은 없었다. 복도에는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얼른 귀중품을 챙겨 계단이 있는 비상구로갔다. 입구에서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무슨일이래요?”
“모르겠어요! 일단 여권이랑 다 가지고 나가봐요!“
앗뿔사! 여권!
“여권가지고 나가자”
다시 방으로 돌아와 여권을 챙겼다. 해외에서 위급 상황시에는 나를 증명해주는 여권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14층을 한 층 한 층 계단을 내려오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자기 몸은 혼자 챙길만한 나이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리기까지 했다면 어떻게 빠르게 내려갈 수 있었을지...
1층에 내려오니 건물밖에 사람이 가득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모두 여행자들로 보였다. 건물을 바라보니 화재나 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당황한 여행자들과는 다르게 경비원들은 웃음을 띠고 있었고, 태국어로 본인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한 30분쯤 지나니 드디어 우리에게도 건너 건너 말이 전해졌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서 일어난 화재작동이었단다. 제대로 된 공식 안내도 없이 그렇게 다시 하나 둘 콘도로 올라갔다. 마음이 놓이자 아이들과 쳐다보며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내복차림에 귀중품이 든 크로스백을 멘 모습이 다급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잠깐 로비에 앉아 마음을 식히며 상황이 마무리 됐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이었다. 위급상황에 대한 후진국에 대처는 역시 실망스러웠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할 때에는 이런 사소한 상황까지 고려를 해 (너무 고층으로 잡지 않는다던가) 숙소 선택을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