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화 가족의 '유럽자동차여행'(8)

아픈 만큼 강해진다

by 엘리

노트르담 대성당

오늘은 조금 더 멀리. 그러기 위해 도보가 아닌 지하철로. 푸조리스에서 만난 얀이 알려준 대로 까르네(지하철 1회권 10장)를 구입했다. 파리 지하철은 노선마다 형태와 색깔이 전혀 연관성 없이 달랐다. 문을 여는 방식과 손잡이 모양도 달랐다. 조금은 차갑고 낯선 느낌.


지하철에서 본 사람들의 표정은 거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파리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지나가는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웃고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다수.


‘파리지엔의 무표정한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할 즈음, 시테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에 도착했다.


오늘은 조금 더 멀리. 그러기 위해 도보가 아닌 지하철로. 푸조리스에서 만난 얀이 알려준 대로 까르네(지하철 1회권 10장)를 구입했다. 파리 지하철은 노선마다 형태와 색깔이 전혀 연관성 없이 달랐다. 문을 여는 방식과 손잡이 모양도 달랐다. 조금은 차갑고 낯선 느낌.


짙은 회색 하늘에서 비가 구중중하게 내리고 있었다. 프랑스어로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우리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그 줄에 합류했다.


12세기 중반 공사를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장장 1163년이 걸린 노트르담 대성당.


나폴레옹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라 하더라도 이 성당을 보면 믿게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의 말처럼 노트르담 대성당의 웅장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바닥에서부터 첨탑까지 하나씩 올려진 수만 개의 돌덩이들.

그 하나하나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희생이 얹혀있을지를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영생을 약속하는 종교적 신념이 만들어낸 믿음 그 자체였다.


잠시 의자에 앉아 경건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이탈리안 식당의 아픔

시테섬에는 ‘연인의 다리’로 불리는 퐁네프의 다리가 놓여 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17세기 초에 완성됐다.


우리는 이 다리를 영화 ‘퐁네프의 연인’으로 기억한다. 잠시 눈을 감으니 첼로소리와 함께 주인공 알렉스와 미셸이 퐁네프의 다리 위에서 격정적으로 춤추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어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하기 전에 허름한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다. 딸아이가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고 해서 골목을 헤매다 발견했다.


우리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주문했고 맥주와 오렌지 주스로 채운 잔을 부딪치며 ‘축배’를 들었는데,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허름한 분위기의 이 가게가 불러올 아픔을….

몽마르트르 언덕행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환승역에서 내렸는데, 아랫배가 바늘로 찌르듯 아팠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남편이 내게 “몽마르트르에 갈 수 있겠냐”라고 물었는데, “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아이의 안색도 갑자기 나빠졌다.

“여보, 더 이상 못 갈 거 같아요” 남편은 얘기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이미 숙소로 돌아가는 전철 편을 알아보고 있었다. “여보, 미안해요”라고 하자 남편은 “여행은 휴식이에요. 몸은 쉬고 마음만 몽마르트르로 가면 되죠”라며 반할만한 미소를 지었다.


10년 넘게 살면서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씩 설렘을 전하는 남편을 나는 많이 사랑한다.


아픈 만큼 강해진다.


숙소에 도착하니 열이 나고 추웠다. 온몸이 두드려 맞는 듯 아팠다. 딸아이도 나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 남편은 내색하지 안 했지만, 우리에게 약을 챙겨주며 자신도 먹는 걸 보니 아픈 게 틀림없었다.


우리는 끙끙대며 밤을 지새웠다. 여행 중에 아픈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여행은 이제 막 시작인데, 과연 잘 마칠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새벽에 딸아이가 “엄마,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배추된장국을 먹으면 금방 나을 거 같아요”라고 했다. 그 말에 없던 힘이 다시 샘솟았다. 불덩이 같은 몸을 일으켜 세워, 된장을 풀어 국을 끓였다. 현지 마트에서 구입한 배추와 파를 넣고 마늘을 조금 으깨어 뿌렸다. 제법 맛이 났다. 맛있게 먹는 딸을 보니 아픈 것도 다 사라지는 듯했다.


상태가 조금 좋아진 우리는 원인을 찾아보았다. 이탈리안 식당에서 먹은 스파게티 아니면 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 세 식구가 똑같이 먹은 음식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고 나니,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빨리 아프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잘 챙겨 먹고 무리하지 말아야겠구나. 그리고 잡곡과 된장을 한국에서부터 짊어지고 오느라 힘들었지만, 가져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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