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화 가족의 '유럽자동차여행'(4)

드디어 출발, 맞은편 자리는 비워놓을게요

by 엘리

고마운 마음, 잘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아가씨가 참 좋다. 남편의 여동생이지만, 진짜 내 동생 같다. 음식은 사랑이고 정성인데, 아가씨는 3개월 동안 유럽으로 떠나는 우리를 위해 마음이 담긴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오빠가 좋아하는 오징어채 볶음과 내가 좋아하는 멸치 볶음이었다. 그 음식에는 마늘, 아몬드, 청양고추, 그리고 아가씨의 걱정 한 스푼과 예쁜 마음 두 스푼이 들어있다.

아가씨는 “언니 많이 못 담았어요. 미안해요”라며 하얀 봉투까지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아가씨 많이 사랑해요. 고마워요. 잘 다녀올게요.”

KBS 공채 탤런트 후배기수인 (김) 서형이는 “언니, 정말 가는 거야? 언니가 멀리 간다고 하니까 마음이 이상하고 허전해. 가기 전에 하룻밤 꼭 같이 자자”라며 나와 딸아이를 초대했다. 우리는 그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서형이처럼 착하고 든든한 동생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그날 저녁에 함께 먹은 매운 돼지갈비가 여행할 때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식사 후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서형이와 딸아이의 뒷모습이 참 많이 닮아 보였다. 좋아하는 것도 먹는 취향도 비슷한 ‘엉아들’.

맞은편 자리는 비워놓겠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남편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택배가 하나 왔는데, 포장박스를 열어보니 구급상자가 들어있다. 세상에나. 여행하다 만나는 사람 중에 아픈 이들을 모두 치료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필수 약품과 연고, 붕대, 밴드 등 각종 상비 응급약이 가득하다.


하나씩 열어보다가 약효와 복용 방법이 꼼꼼하게 적혀있는 종이 두 장을 발견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과 배려에 구급상자통을 끌어안았다. 남편 친구가 보내준 정성만으로 우리 세 식구는 다치지도 또 아프지도 않을 거 같다.


여행과 연수로 1년 휴직을 신청한 남편은 “백수가 되고 나서 선후배와 친구들이 만나면 늘 밥과 술을 사준다 “며 뜻밖의 접대(?)에 반색하며 ”가족과 여행 가서 식사나 하라고 하던데…”라며 받아온 봉투를 불쑥 내놓기도 했다. 남편은 봉투를 준 대학친구가 “네가 가장 부럽다. 행복해 보인다. 조심해서 잘 다녀와라”라고 한 말을 내게 방싯하며 전했다.


“모두 고맙습니다. 여행하다가 아름답고 멋진 곳이 보이면 그곳이 어디든 맞은편 자리는 함께 한다고 생각하며 비워 두겠습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여행은 결국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이다. 별이 바라보는 이들에게만 빛을 주는 것처럼, 머물지 않고 떠날 용기가 있어야 돌아갈 곳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여행은 나를 찾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비로소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풍경을 통해 익숙함 속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재발견한다. 그래서 여행을 ‘거울’이라고 말한다.


여행의 출발에 앞서 주변에서 보내준 격려와 응원으로 이미 큰 용기와 희망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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