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다는 거 참 다행인 거 같아

지나가는 생각

by 원하나

어느 순간부터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차피 다 죽어.'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다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얘가 요즘 안 좋은 일이 있나' 하고 쳐다본다. 현실적인 푸념들을 늘어놓으면 나는 많은 말을 전하다가 결국 저 한 문장으로 끝내곤 한다. 그러는 이유는 내가 저 말에 마음이 조금 놓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불멸이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역의 김신은 전쟁 중 사람을 많이 죽인 죄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죗값을 받는다. 그때만 해도 그게 그렇게까지 큰 죗값인가 싶었다. 누군가를 죽였는데 그 죄로 평생을 산다니. 오히려 너무 모순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 드는 생각은 그것보다 더 큰 값은 솔직히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살면 살 수록 지금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무뎌질 거다. 그리고 인생이 헛없음을 매일 느끼며, 정말 죽지 못해 사는 거, 그게 큰 죗값인듯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살지는 모르지만, 모두 다 죽는다는 건 사실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게 무력해진다.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이 결국 이 뜻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고민들이 별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뇌 회로는 이러하다. 사람은 죽는다. 나는 죽는다. 나는 한정된 삶을 산다. 짧은 삶에 그렇게까지 힘들면서 해야 될 게 있을까.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가지고 싶은 것들 어차피 영원하지 못한다. 좋은 삶이던 나쁜 삶이던 끝은 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거라면 그렇게까지 이 꽉 깨물고 살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고 입을 확 열고 아무렇게나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말이다. 여행에 온 거처럼 말이다. 어느 나라든 이곳에서 평생 산다고 하면 더 깊게 생각하고, 안 좋은 점들이 쏙쏙 더 잘 보인다. 하지만 여행자 신분이라면 이상하게 모든 나라가 내가 사는 나라보다 거의 다 좋아 보인다. 참 아이러니한데, 아마도 그건 '삶의 터전'이라는 무게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난 여행처럼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 거 같다. 정말 여행처럼 사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 다만 그냥 그렇게 살기 위해 생각하고 조금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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