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순례'라는 말에 종교적인 의미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책을 전부 읽고 난 후, '순례'라는 단어의 두번째 뜻인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쿠로(黒), 아카(赤), 아오(青), 시로(白) 등 이름마저 색채가 강하게 들어간 이들과 다르게 다자키 쓰쿠루(多崎つくる)는 본인의 배경 그리고 삶 자체가 눈에 보일 만큼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약하다'가 그의 말로 적절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신과 자신의 삶 모두 가치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쓰쿠루는 과거의 나와 퍽 닮아있었다.
색채가 강해보이는 이들을 열렬히 부러워하는, 그럼에도 질투 같은 건 할 수 없는 자존감을 가진 가엾은 사람.
'너흰 색채가 강하잖아'가 아니라 '난 색채가 약하니까'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누군가에게 '너도 색깔은 있어. 그리고 넌 타인을 모두 편하게 만들어'라는 말을 들어도 스스로 긍정할 수 없는 모난 사람.
타인이 자기를 긍정하더라도 스스로 긍정하지 못하면 쓸모없다고 느끼는 사람.
조금만 더 자기자신을 사랑했으면, 조금만 더 타인에게 엄격했으면
리사를 만나 결코 동화되지 말고 자신만의 것들을 찾아나가길
타인인 나는 그저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