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트레이닝 적응기

코로나가 바꿔 버린 세상

by 제이식

코로나가 바꿔 버린 세상

TV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어제 하루 동안 몇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어느 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 확진자의 사돈의 팔촌이 감염이 되었는지 아닌지까지...


국제보건기구에서는 팬데믹을 선언했고, 세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공포심은 주위의 모든 것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3월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수영장도 문을 닫고, 사내 피트니스 센터는 무기한 폐쇄되었다. 마스크는 생필품이 되었고, 4월에 가려고 했던 베트남 여행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


예고도 없고 준비도 없었지만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강요된 현실이지만 순응할 수밖에 없다. 도리 없이 견뎌내야 한다. 그래도 평일은 견딜만했다. 원래 쳇바퀴 돌리듯 회사와 집을 오가는 게 일상이었니까. 하지만 주말은 좀 이야기가 틀리다. 오매불망 주말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월급쟁이에게 특별함이 없는 주말이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일요일 아침.

눈은 떴지만 한 동안 자리에 누워있었다.


'오늘 뭐하고 시간을 보내지?'

집에서 보내는 일요일은 익숙지 않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


한동안 궁리를 하다가 떠올린 것이 '유튜브로 하는 요가'였다.

거실의 TV를 켜고 요가 콘텐츠를 검색했다. 마침 '허리에 좋은 요가' 콘텐츠가 있었다. 동영상을 재생하자 차분한 목소리의 새로운 요가 선생님이 등장했다.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고 TV를 힐끗힐끗 보면서 동작을 따라 했다. 선생님의 실력은 구독자 수만큼 좋아 보였지만, 내가 대충 한다 해서 자세를 지적해주지도 내가 잘한다고 해서 칭찬을 해주지도 않았다.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요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방에서 나와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빠 뭐해?"

철없는 둘째가 말을 건다.

'뻔히 보면서 왜 물어보는 거지?'

대답은 나를 대신해서 아내가 친절하게 해 주었다.


"아빠! 나 TV 봐야 되는데!"

까칠한 첫째는 아침부터 예능 프로 재방송을 봐야 한다고 성화다.

'꼭 지금 예능 프로 재방송을 봐야겠니?'

마음의 소리와 달리 결국 15분짜리 짧은 영상조차 끝까지 따라 하지 못한 채 TV를 양보해야 했다.


대신 따끈한 물을 잔뜩 받아놓고 욕조 속으로 들어갔다. 좁은 욕조이지만 몸을 웅크리면 머리까지 집어넣을 수 있었다. 따뜻한 물이 기분 좋게 해 주긴 했지만, 넓디넓은 수영장이 그리워졌다. 물속 깊숙이 잠수를 한 뒤 돌고래처럼 몸을 흔들어 물을 가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욕조는 너무 작았다.


나른한 오후.

유튜브에서 '코어(core) 운동'을 검색했다. 넘치는 운동 콘텐츠들 중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것은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아주 텐션이 높은 선생님이었다. 그 덕에 나도 덩달아 텐션이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운동들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bird dog. dead bug, 플랭크, 브리지... 다행히 따라 하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하기에는 나의 코어 근육은 너무 부실했다. 몇 번 반복하고 나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이러니 달리다가 허리가 나간 거지.'

진작에 코어 근육 운동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허리디스크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힘들어도 꾸엿꾸엿 목표한 개수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마무리 운동은 스쾃, 런지이다.

대표적인 하체운동답게 몇 회하지도 않았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몇 회를 더하자 이제 내 다리가 아닌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개, 한 개를 이어갈 때마다 근육에 전달되는 통증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다.

'3개만 더, 2개만 더, 1개만 더...'

마지막 1개를 쥐어짜듯이 하고 나서 침대 위에 쓰러지듯이 누워버렸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고통이 사그라든 자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개운함이 채워준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를 식힐 겸 베란다 창문을 열고 잠시 바깥세상을 응시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벚꽃나무에는 어느샌가 하얀 벚꽃이 피어 있었다.


'그래도 봄은 오는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의 일상을 모두 바꿔놓았지만, 세상 만물의 이치는 그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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