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치킨(쭤궁지), 우육면, 버블티, 그리고 딘타이펑
미국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처음 식사를 하던 날, ‘제너럴 치킨(general chicken)’ 이란 메뉴명에 눈길이 갔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던 이 치킨 요리는 튀긴 닭고기에 달고 매운 양념을 버무린 요리였다. 동행한 사촌들은 익숙한 듯 이 메뉴를 주문했고 처음 맛을 보았다. 맛은 좋았고 그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남았다.
이 요리를 창안한 사람은 펑창구이라는 사람으로 1952년 미국 해군 함대 사령관을 접대하기 위한 연회에서 이 요리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요리의 중국 이름은 쭤궁지로 좌종당이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라 지어졌다. 좌종당이라는 후난성 출신의 유력자로, 청말 태평천국의 난을 토벌할 때 저장/푸젠/타이완을 관활하는 장관이 되었고, 이후 산시/간쑤/신장을 관할하는 지방장관으로 청조에 일어났던 이슬람교도의 반란인 ‘회민기’와 ‘야쿱 벡’의 난을 평정한 인물이다. 대륙 수복의 꿈을 단념하지 않았던 장제스의 의지에 부합했던 사람으로 ‘쭤궁지’라는 요리는 이러한 장제스의 뜻과 함께 하는 요리명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이 요리의 원작자인 펑창구이는 타이완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 맨하튼에 ‘펑위완’을 개업했다. 이 레스토랑을 곧 미디어를 타기 시작했고 쭤궁지는 이홍장 촙수이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쭤궁지는 중국 본토의 대도시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쭤궁지의 레시피는 미국인의 기호에 맞춰 튀김옷을 바삭하게 만드는 등 펑창구이의 원형에서 여러번 변형이 거듭된 것이다.
타이완을 떠올리면 우육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타이완 요리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홍사오뉴러우멘’이 한 공군기지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한다. 강산의 공군 병사나 그 가족 중에는 청두에서 온 사람이 많았는데, 원래 두반장이 생산되던 강산에서는 단맛이 나는 ‘강산 두반장’ 이라는 게 생겨났는데. 이를 사용하여 만든 쇠고기 요리인 ‘홍탕뉴러우’가 있었다. 이 메뉴가 현지화를 거쳐 면이 들어간 타이완의 우육면이 되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타이완에서 인스턴트 국수가 제조, 판매되기 시작하자 홍사오뉴러우멘은 각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보급되었다. 이후 1970-80년대에는 중국인 실업가들이 미국 및 중국 대륙에서 우육면 체인 사업을 펼쳤다.
타이완에게 문화 외교, 특히 미식 외교는 귀중한 외교 수단 중 하나이다. 타이완 정부가 타이완 음식의 보급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목적은 타이완과 중국 대륙의 식문화 차이, 그리고 타이완의 매력이나 재미를 인식시켜 음식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있다. 일례로, 2007년 12월 타이완 정부는 파리에서 열린 미식 전시회에서 '딘타이펑'을 후원하며 타이완 외교 이벤트로 만들었다. 그러나 딘타이펑의 대표 메뉴는 타이완 지역음식이 아닌 샤오롱바오를 비롯한 상해 주변의 요리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타이완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체인으로 자리매김한 딘타이펑의 창업자는 '양빙이'로 항일 전쟁 참전 후 상하이에서 타이베이로 건너갔다. 그는 1972년에 딘타이펑을 개업했고 많은 유력인사들이 방문했다. 1996년 딘타이펑은 다카시마야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일본에서 5개 점포를 열어 샤오롱바오를 유행시켰다. 2000년에 가족경영에서 법인경영으로 전환하고, 전문 경영자를 맞아 수제 샤오롱바오 외에는 전부 공장생산으로 전환하고 중국 및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출점했다.
또 하나의 타이완 대표메뉴는 "버블티"이다. 검은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단맛의 밀크티로, 굵은 전용 빨대를 사용해 마시는 타이완 음료다. 타피오카 펄 특유의 쫀득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완의 번화가에는 버블티 음료 가게가 늘어서있다. 1980년대 타이완의 노점에서는 빨대가 달린 비닐봉지에 홍차를 담아 팔았다. 이 당시에 '파오모 홍차'라는 셰이커에 홍차에 얼음을 넣어 만든 것이 유행을 했는데 이 홍차에 굵은 알갱이의 타피오카를 토핑으로 올려 버블티로 탄생시켰다고 추측된다.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버블티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2000년 이후에 패스트푸드와 편의점에서 한정상품 혹은 캠페인 상품으로 판매되었다. 이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한국, 미국에도 확산되었다. 해외 진출한 타이완 주요 외식기업 리스트에 버블티 체인들이 상위를 차지하면서 타이완 외식기업의 국제화를 특징짓고 있다.
버블티는 중국의 차가 유럽으로 건너가 홍차가 된 후 타이완으로 역수입되어 검은 타피오카를 넣는 등 개량을 거쳐 다시 해외로 확산된 음료이다. 우육면이나 딘파이펑의 샤오롱바오 등과 함께 외국인에게는 타이완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출처: 중국요리세계사
이범준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미식유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