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걷기는 용어의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 의미에서 땅에 발을 딛는 것, 즉 자신의 존재 속에 똑바로 서는 일이다. 걷는 것은 자신의 길을 되찾는 일이다. 돌연히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질병과 슬픔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이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
길을 떠난 이유가 있었다. '나'를 찾기 위해서.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답을 찾고 싶었다. 퇴사 이유가 필요했고, 확신이 필요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당당한 삶을 살고 있나요?
삶은 당당함과 거리가 멀었다. 10대, 20대 초반은 외부에 드러나는 모습이 중요했다. 작은 키에 평범한 외모를 가진 나는 소심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 떠난 국토대장정. 그 과정 속에서 ‘정’을 느꼈다.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그 마음에 변함이 없지만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로서 삶도 좋지만, 내가 더 하고 싶은 것이 있지 않을까? 걷기를 좋아하니까 걸으면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길 위에 섰다. 길을 걸으며 새로운 경험으로 채우면 찾을 수 있을지 싶어 길 위에 섰다.
그곳은 길이 없는 곳이지 않습니까?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영화 <탄생>
조선 최초의 신부 김대건. 본인만을 기다리는 조선 천주교인들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이겨냈다. 육로가 막히면 해로를 이용해서라도 결국 조선 땅을 밟고 소명을 이뤘다. 소명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것, 그것이 스스로에게 당당한 삶일까?
찌질했던 과거도, 방황했던 과거도, 고민하는 현재도 모두 내가 걸어온 길이다. 이 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보여준 것 없는 불완전한 당당함이지만 길 위에 서서 출발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잘 사는 건 무엇일까.
나는 삶에 당당한가?
이땐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알게 됐다. 삶은 흘러가는 강물이다. 흘러가게 두기로 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한 삶이다.
“삶이란 노를 젓다가, 더 이상 젓지 못할 때, 담담히 죽음이란 거대한 파도에 내맡길 수 있다면 충분히 찬란한 인생이었노라”
- 조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