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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영천->경주 36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시골길로 가다 보니 자주 만나는 친구가 있다. 바로 '시골개'다. 제 주인을 지키겠다는 마음만큼 우렁찬 소리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들에게 나는 외부인, 침입자다. 해명하고자 싱긋 웃어보기도 하고 말도 걸어봤다.


"나 조용히 지나가기만 할 거야."

"어어… 묶여있는 거 맞지? 물면 안 돼, 나 진짜 집에 안 들어가."


소용없다.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간혹 줄에 묶여있지 않은 시골개가 있는데, 제일 심장이 쪼그라들 때다. 성난 이빨을 드러내며 짖는다. 어찌나 무섭던지 시골개는 전혀 귀엽지 않다. 그래도 혼자인 내게 시골개는 훌륭한 대화 상대였다. 혼잣말에 반응해 주는 건 시골개뿐이었다. 모태솔로 30년이면 마법사가 된다는 신비한 소문이 있듯이, 혼자인 사람은 새로운 능력을 개화한다. 시골개의 목소리가 들린달까. 그들은 위협도 했지만, 나를 신기하게 보기도 했다.

"쟤가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는 사람이래.", "어머머, 저렇게 큰 가방을 들고 어떻게 다닌다니!", "옆집 콩이가 말해줬는데 엄청 짖어대면 움찔거리는 게 웃기대. 우리도 짖어볼까?"

나는 슈퍼스타다. 시골개의 연예인이다. 그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지나갈 때마다 커지는 소리. 더 짖어달라고 손짓하는 나는 반쯤 미쳤다. 인간과 멀리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며, 더 나아가 무생물의 소리까지 들리는 신비주의자가 될 수 있다. 어떤가, 생각보다 관계를 중시하지 않아도 살만하지 않나.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나의 친구이자 말동무다. 외로움에 아무 말이나 내뱉어 본다. 개를 만나다 보니 나도 이해 못 할 소리를 낸다.


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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