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인제 30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용대자연휴양림으로 떠났다. 이제까지 걸으면서 수많은 휴게소를 보았지만 운영을 안 하거나, 폐쇄된 건물들뿐이었다. 한 번도 쉬지 못했던 휴게소. 드디어 운영하는 휴게소를 발견했다. 불이 켜져 있는 곳은 한식 뷔페였다. 한식 뷔페는 도보여행자에게 고급진 레스토랑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혹시 촬영하실 건가요?” 어깨에 맨 삼각대 때문인지 사장님의 첫 마디는 이랬다. “아! 아니에요~ 밥만 먹을 거에요”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를 받고 둥근 식판에 음식을 가득 담았다. 한식뷔페의 장점은 맛없는 음식이 없는 것이다. 도보여행도 뷔페와 같다. 길 위에서 여러 가지 풍경을 즐긴다. 산, 강, 호수, 계곡까지 못 본 것이 없다. 앞으로 도착할 고성에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걸었을 뿐인데 자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니, 도보여행자의 특권이자 행운이다.
산을 자주 보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자리 잡고 있던 산, 산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안다. 주변이 모두 보인다. 감시자로서 우리를 보고 있는 산은 어떤 생각일까. 그가 보기에 잘 나아가고 있을까, 정다웠던 옛 시절이 그립진 않을까. 높아진 고층 빌딩처럼 이웃 간의 벽도 높아진 지금, 사람과 사람이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눈치 보이는 시대. 비교와 시기로 비난의 정도가 커가고 있는 지금, 더 이상 두고 보기 힘들어 모든 산이 무너져 내린다면, 수호자에서 파괴자로 변해버린다면, 우린 어떻게 받아들일까. 심오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