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Maneul, The Chicago

by 셔블

믹서기가 없어서 얇게 칼로 저민 마늘을 넣고 김치를 담는다. '어림짐작'의 감각은 지금껏 나름대로 제 기능을 다 해주었지만, 이제는 어떤 정확한 '계량'의 습관을 가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라면에 들어가 있는 말린 야채들을 보며, 계량된 숫자대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규모(規模)'의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온 방안에 마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간'을 본다며 계속 깍두기를 먹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입안에서 나는 냄새일 것이다. 그래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실례가 될까봐 마늘이나 양파처럼 강한 냄새를 풍기는 향신료를 되도록 피하던 '에티켓'의 현재 행방이 지금 문득 궁금하다.


'정직'이라는 향수와 '항상(always)'이라는 향신료로 마음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가꾸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시골에 집집마다 심었을 마늘 파종시기를 묻는다. 대개 음력 8월, 양력 10월 경이라고 하신다. 겨울 눈이 내리면, 소복히 쌓인 하얀 눈 아래 아직 푸릇푸릇한 어린 마늘 잎들이 자고 깨던 풍경이 떠오른다. 생마늘을 '으깨고 다져' 알린(alliin)을 알리신(alicin)으로 바꿔주면 세균의 단백질을 분해해 그 번식을 막아준다니, 적정량이라는 통마늘 2개 분량을 되도록 일일 섭취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녹차 또는 우유'로 깔끔한 냄새제거의 마지막 의례를 갖추자 다짐한다.


상상의 마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달콤하고 향긋한 '귤'과 '폭설에 잠긴 장미꽃' 사진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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