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있는 곳
마음이 가는 곳
어디쯤일까
생각이 나는 곳
생각이 드는 곳
어디쯤일까
긴 세월을 거슬러도 가보고
먼 미래를 가늠해도 보려다
머무는 곳을 그만
놓쳐버렸나
높은 곳을 바라보고
낮은 곳을 돌아보다
중심이 어디더라
전신(全身)이 흐리다
담(痰)이 결(結)려 찾아보니
'담음유주증' 동의보감 내경편
'담음(痰飲)'에 관한 글이
쏟아진다
18세기 까지 서양의학 근간이었다는
고대 그리스 액체병리학와 일맥상통하고
해부학 발전 이후 고체병리학에
보완되는 모양이다
그저 수면 중 베개를 잘못 받쳐
그런 걸
종오 어느 약국 약사님께 문의하니
근육이완제 두알, 소염제 한알로
금새 가뿐해진 몸 -
낙산을 돌아
혜화동을 걷는다
바람 길, 물 길 따라
흙냄새 짙은 숲 벗어나
바위처럼 진중했던 추억을
내려놓고
사람냄새 가득한 거리에서
또 새로운 삶의 향기를
긷는다
오르내리고
들고 나는 움직임을
몸에도
정신에도
거침없이 아로새기며
기(氣)죽지 말라
미소로 북돋는 기체병리학자 뉘신지
부드럽게 향기롭게
각오까지 다듬는다
Yesu & Jun et Al 비긴 앳
1596 ~ 1610
Jun Huh solo 피니쉬
17세기 글로벌 베스트셀러
교과서로 써도 좋으련만...
서울의대 앞
마로니에 공원
또 하나 추억 더해두고
마음 둘 곳
생각 할 곳
티오피 중심에
우리만 아는 말 한마디만 새겨놓고
날개죽지 결렸던 담증 순식간에 풀린듯
모든 시름을 말끔히
지운다
낙타를 닮아 타락산(駝駱山)이라 표시된
그곳에 애틋한 마음 내려놓고
돌아온 그날 밤엔
보글보글 뚝배기 저녁식사에
푹 잠이 들었다
아픔 가신 담 날은 오월 이십 팔일
하룻강아지 찡그리며
살포시 실눈 뜬 듯
세상 이편과 저편이 어쩐지
선연히 구별되어 보인다
이 천년 전 예수 행적에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는 말이
어느 것이 쉽겠느냐"며
중풍병자를 고친 일과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꼭 한 말씀 앞뒤에
말없이 손가락으로 무언가
쓰셨다는 이야기가
스르르
생각난다
서서히 그렇게
또
언제 아팠더냐 싶게
새 힘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