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할 시간!
1979 - 2025 :
마흔 여섯살 침묵이
작별을 고한다.
하얀 민들레처럼
문득 날아와
속으로만 자꾸 뿌리 내리던 의문들이
일편 한심 자주 자주
꽃을 피우더니
기약없는 씨앗을 갓털에 달고
바람결에 아주
하나 둘 사라진다.
그림자 마냥 허망했던
소리없는 시늉들이
그을름도 없는 애를 얼마나 태우든지
홀짝(Ηοlzzak), 폴짝(Polzzak)
들썩이는 호들갑 속에
서로 의지하는 우리도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
타락사눔 코레아눔
쓰디 쓴 즙은
우유빛이고
옻나무 검은 칠은
오랠수록
투명해진다는데,
우리들 사랑은
이제야 젖을 떼고
무릎 나란히 비틀비틀
한 걸음씩 내딛나니
가을에 심고 겨울을 나면
뻗은 뿌리마다 새잎 돋아
의문없이 향기로운
커피같은 차가 되고,
우리들 소망은
티 없이 거른 칠
한겹 한겹 덧 바른 듯
허다한 허무에도 바래지 않는
오랜 기쁨이 될 터이다
침묵의 장막을 걷어 버리고
일편 온심 햇살, 바람, 빗물에 공들인
아홉살 나무엔
조금씩 낸 생채기마다
벗겨져 떨어져 나간 껍질 대신
진주빛 민낯이 하얗게 빛난다.
구만 번쯤 남은 환한 웃음과
일억 구백 오십만 번쯤 남은
멋진 리듬을 위해
홀짝 폴짝 오뉴월 오늘이
첫날인 마냥
활짝 활~짝
크게 가슴을 연다.
바람이 불고
그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