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던랩과 로티 워드, 우연일까 실력일까
괴물 신인,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프로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스포츠계에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이따금씩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세계를 놀라게 한다.
닉 던랩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유소년 시절부터 다양한 종목에서 탤런트를 뽐냈다. 야구와 축구, 미식축구에서도 동 나이대 높은 수준을 가진 유망주였다. 골프채를 잡기 시작하고, 12살이 되던 해엔 고향에 있는 파 70 골프코스에서 59타를 치며 코스 레코드를 갈아치웠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이어 2023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이는 타이거 우즈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두 대회를 모두 석권한 이례적인 기록이었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5승과 2번의 준우승, 19개 대회 중 12번의 톱 10 진입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올리며, 던랩은 이미 프로 무대에 한 걸음 다가서 있었다.
던랩은 2024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 스폰서 초청을 받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코스 난이도가 낮아서 거의 매년 20언더파에서 30언더파에 육박하는 스코어로 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은 대회였다. 2021년엔 23 언더로 김시우 선수가 우승했다. 던랩은 3라운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버디 10개와 이글 1개를 묶어 12언더파를 기록했는데, 이는 PGA 투어 최저 라운드 기록과 동률이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하며 2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홀에서 파를 기록한 덕분에 2위와 1타 차이로 PGA 투어 첫 우승을 아마추어 신분으로 차지하게 된다. 아쉽게도 PGA 투어 규정 때문에 우승 상금인 151만 2천 달러는 2위인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 선수에게 넘어갔지만, 자신의 이름을 깊게 각인시켰다.
이로써 닉 던랩은 여러 역사적인 기록을 갖게 되었다. PGA 투어 역사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단 두 명뿐이다. 1991년 투손 오픈의 필 미켈슨, 그리고 닉 던랩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만 20세의 나이에 그 우승을 이뤄냈다.
'골프 천재'로 불렸던 조던 스피스는 만 20세가 되기 13일 전인 19세 352일 만에 PGA 투어 첫 우승을 기록하며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다. 던랩은 20세 29일 만에 우승하며 조던 스피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다.
최초 기록도 있다.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그리고 PGA 투어에서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로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던랩은 이 대회 우승 직후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약 6개월간 톱 10 진입은 단 한 번 뿐이었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컷 탈락하거나 하위권으로 밀려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7월에 열린 배라쿠다 챔피언십에서 프로 신분으로 첫 우승이자 통산 두 번째 PGA 투어 우승을 기록했다. 이 우승으로 아마추어와 프로 신분으로 같은 시즌에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되었다. 이 기록도 PGA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2024년은 분명 닉 던랩의 해였다. 데뷔 시즌에 PGA 투어 우승을 두 번이나 기록했고, 각종 신기록과 함께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화려한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5년에 접어들자마자 21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톱 10 진입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심지어 전년도 우승 무대였던 배라쿠다 챔피언십에선 컷 탈락했다.
그는 현재까지 무려 10차례나 주말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기록상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건 드라이버 정확도 하락이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세컨 샷, 어프로치, 퍼트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슬럼프가 찾아온 셈이다.
LPGA에선 또 다른 돌풍이 불고 있다. 닉 던랩보다 빠른 프로 데뷔를 선언한 영국 출신 2004년생 로티 워드가 주인공이다. 이 선수도 현재 괴물 신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여자 골프계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가 되었다.
그녀에겐 던랩처럼 화려하고 눈에 띄는 기록은 없다. 프로가 되기 전까지 통과의례처럼 치렀던 많은 대회들 중에서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왔다.
2022년 영국에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24년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각종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덕분에 2024년에 열리는 5개의 여자 메이저 대회 중 PGA 챔피언십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특히 8월에 열린 여자 브리티시 오픈에서는 공동 10위를 기록하며 여러 선수 및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당시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였던 이유를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올해도 역시 4월에 열린 쉐브론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US 여자 오픈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다. 경기력은 7월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7월 첫째 주에 열린 KPMG 여자 아일랜드 오픈에서 스웨덴의 마들렌 삭스트롬을 꺾고 6타 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은 PGA 투어와 마찬가지로 이례적인 상황이다. 바로 다음 주에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경기력은 여전했다. 비록 한 타 차이로 우승을 겨루는 플레이오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호주의 이민지 선수와 나란히 13 언더로 공동 3위에 올라 프로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 대회 직후 그녀는 프로 전향을 밝힌다.
사실 아마추어가 프로로 전향한다는 건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전향과 동시에 그동안 누려온 각종 대회 출전 자격과 초청 혜택이 사라진다. 시드 없이 투어 무대에 진입하는 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LPGA와 PGA 같은 최상위급 투어에선 정식 멤버가 아니면 출전 자체가 어렵다. Q시리즈 같은 치열한 관문을 거쳐야만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대회 출전 기회도, 수입도 없기에, 전향의 시기와 방식은 선수 인생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하지만 로티 워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나선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LPGA의 Elite Amateur Pathway(LEAP) 기준을 충족했다. 이는 별도의 Q시리즈 없이도 LPGA 정식 시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고, 이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서 프로로 전향할 수 있었다. 출전권과 실력 그리고 시기마저 완벽하게 갖춰진 흔치 않은 경우였다.
그녀의 프로 데뷔는 성공적이다 못해 초대박을 터뜨렸다. 영국 출신답게 링크스 코스에서 강점을 보인 그녀는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열린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김효주 선수를 3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한다. 특히 1,2라운드에선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와 영국의 찰리 헐과 같은 조로 플레이했다. 그러나 대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양일 간 5 언더와 7 언더를 적어내며 신예답지 않은 대담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게다가 세계 랭킹 3위 리디아 고는 '워드에게 스윙을 배우고 싶다'라고 밝히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프로 전향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루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척하며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영국 억양이 드러난 인터뷰에서는, 프로 전향 후 데뷔전을 마치 첫 직장에 출근하는 듯한 느낌으로 임했다며 재치 있는 표현으로 입을 뗐다. 이후에도 이 전 많은 대회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상금을 걸고 하는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했던 부분이 주요했다고 밝혔다.
닉 던랩과 로티 워드는 출중한 실력의 아마추어 골퍼였다. 공통적으로 프로들과 겨루는 대회에서 각각 우승과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프로로 데뷔하고 그 해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누군가는 이들의 성공을 운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우연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 번째는 운이고, 두 번째는 우연이라 해도, 세 번째는 분명 실력이다.
그들은 단지 타이밍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이미 준비된 챔피언이었을까?
반등과 모멘텀이 필요한 두 선수에게서 돌아올 답변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