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스윙에 취하다

26년 산 와인, 호아킨 니에만

by Dylan Kim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깊은 풍미와 풍부한 향으로 사랑받는 칠레산 와인은, 유럽산 와인들과 견줄 만큼 상품성과 퀄리티가 뛰어나다.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고 긴 시간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뒤 마침내 병에 담겨 나올 때 그 와인의 가치는 절정에 달한다. 호아킨 니에만은 마치 조기 출하된 와인과 같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 랭킹 1위를 석권하고, 20세의 어린 나이에 PGA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마치 숙성을 기다릴 틈도 없이 세상에 나와 버린 천재 골프 선수는 이제 칠레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었다.




180cm가 조금 넘는 키와 70kg 남짓한 체중의 슬림한 체형임에도, 니에만은 역동적인 스윙을 구사한다.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 중에선 비교적 작은 체구(하위 20%)에 속하지만, 극대화된 상체 회전과 우수한 유연성을 통해 코일링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부드러운 템포와 견고한 하체 밸런스를 통해 체중이동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 독특한 스윙 메커니즘은 곧 장타로 이어진다. 낮은 런치 각도와 높은 볼 스피드를 특징으로 하는 파워풀한 페이드 샷은, 임팩트 시 헤드 드롭으로 지면과 거의 평행한 극단적 스윙 플레인을 형성한다. 이 메커니즘은 비거리 부분에서 피지컬적으로 상당한 우위에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와 견줄 만큼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니에만의 드라이버 스윙은 보는 사람마저 허리를 움츠리게 만들 정도로 상체의 비틀림과 그 각도가 상당하다.

그의 특색 있는 스윙은 이미 아마추어 시절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로 데뷔 직전 2년 동안 남아메리카 무대를 휩쓸며 무려 16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7년 5월부터 이어진 그의 지배력은 44주 연속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라는 기록으로 완성되었고, 이는 칠레 선수 최초의 맥코맥 메달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 니에만은 2018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직후, 만 19세의 나이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데뷔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프로 신분으로 처음 출전한 2018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12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6위에 올랐다. 그해 총 17개 대회에 출전해 5차례나 TOP10에 진입했고, 남미 신예의 존재감은 단숨에 투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수많은 베테랑들 사이에서도 니에만은 공격적이고 화끈한 플레이로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니에만은 우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9 PGA 투어 개막전인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21 언더 파, 259타로 PGA 투어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5 언더 파로 준우승을 차지한 톰 호기와는 6타 차. 우승 당시 니에만은 만 20세 10개월의 나이로, 21세 이전에 PGA 투어를 제패한 몇 안 되는 국제 선수(로리 매킬로이, 김주형 등) 반열에 올랐다. 동시에, 칠레 출신으로서는 사상 첫 PGA 투어 우승자라는 역사를 새겼다.


이후의 니에만은 마치 숙성 중인 와인처럼 시간이 필요했다. 편차가 뚜렷한 시즌을 보내며 컷 탈락과 톱 10 진입을 오갔지만, 중요한 시그니처 대회에서는 언제나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꾸준한 대회 출전과 미국무대에 적응을 하며 세계 랭킹과 페덱스 포인트를 쌓아가며 성장해 나갔다. 마침내 2022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쟁쟁한 베테랑들을 제치고 시즌 두 번째 우승을 거두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PGA 투어 입성 4년 만에 2승 반열에 오른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3세.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으로 탄생한 리브 골프는 출범 초기부터 PGA 투어의 톱스타들을 데려오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이어지며 많은 선수들이 사우디행 비행기에 올랐다. 니에만 역시 1억 달러 이적료를 받고 리브로 향했다. 그는 곧바로 팀 Torque GC의 주장으로 선임되며, 젊은 리더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리브 골프는 기존 투어와 달리 54홀 스트로크 플레이에 팀 경쟁을 더한 독특한 무대다. 니에만은 그 새로운 리듬 속에서도 금세 중심에 섰다. 젊은 피로 구성된 Torque GC는 그의 리더십 아래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2023 시즌엔 리그 최다 4승을 거두며 단숨에 강팀 반열에 올랐다. 팀이 지향하는 건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일관된 방향성이었다. 니에만은 그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팀의 색을 자신의 경기처럼 명확하게 만들어냈다.


2024 시즌과 2025 시즌에 들어서는 리브 골프의 중심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개인전에서 각각 2승과 5승을 추가하며 리브 역사상 최다 우승자로 올라섰고,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젊은 리더에서 이제는 리브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개인 기량마저 만개한 최고급 와인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올해 보여준 니에만의 개인전 5승은 그가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났음을 증명했다. 평균 330.4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버 비거리로 필드 우위를 점했으며, 송곳 같은 아이언 샷으로 그린 적중률 전체 2위에 올랐다. PGA 투어 시절부터 약점으로 꼽히던 퍼팅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특유의 집중력으로 압박감을 이겨내며, 클러치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는 힘을 보여줬다.


특히 6월 버지니아 대회에서는 파이널 라운드를 선두에 4타 뒤진 채 시작했지만, 8언더파를 몰아치며 통산 6승째를 달성했다. 퍼트가 발목을 잡은 대회였지만, 정교한 아이언과 웨지 플레이로 홀컵을 공략하며 완벽히 경기를 지배했다. 이 우승으로 브룩스 켑카(통산 5승)를 넘어 단독 1위에 올랐고, 이어 7월 영국 대회에선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인 데이터를 기록하며 17언더파로 시즌 5승, 통산 7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리브 2025 영국 대회에서 우승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호아킨 니에만

하지만 리브 무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니에만도 메이저 대회에선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데뷔 후 메이저 대회에 20회 이상 출전했으나, 톱 10 피니시는 2025년 PGA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8위 기록이 유일하다. 이전 최고 성적은 2023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공동 16위, 2020년 US 오픈 공동 23위로, 컷 통과율은 60% 정도지만 우승권 경쟁은 거의 전무했다. 특히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영국 링크스 코스에서는 최고성적이 공동 53위라는 유독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그의 구질과 링크스 코스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2025 디 오픈 챔피언십은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렸다. 니에만은 단 1타 차이로 컷 통과에 실패하며 아쉽게 짐을 쌌다. 올해를 포함해 여섯 번의 디 오픈 출전 중 절반이 컷 탈락이었다. 원인은 링크스 특유의 변덕스러운 해안 바람과 단단한 지면 때문이다.


니에만이 구사하는 낮은 탄도의 페이드 샷은 리브 골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무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샷이 디 오픈에서는 약점이 된다. 강풍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낮은 궤적은 스핀량이 적어 런이 과하게 발생한다. 단단한 링크스 그린에서는 공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결국 핀을 직접 노리기보다 굴려 넣어야 하는데, 니에만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런 ‘창조적 공략’보다는 정공법에 가깝다.


낮은 스탠스와 강한 바디턴으로 안정된 임팩트를 만들어내지만, 언듈레이션이 심한 링크스 지형에서는 그 자세가 오히려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여기에 빠른 리듬과 즉각적인 반응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도 인내심이 요구되는 디 오픈 특유의 느린 경기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니에만의 구질은 잔디가 일정하고 바람이 약한 리브 골프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디 오픈에서 드러난 부진은 경험 부족, 퍼팅의 약점, 링크스 코스 특유의 전략적 요구사항에 대한 적응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과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할 때, 링크스 코스에서의 경험을 쌓고 특정 기술적 약점을 보완한다면 향후 더 나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호아킨 니에만은 아직 숙성 중인 와인 같다. 감각적인 스윙과 예민한 손끝, 그리고 강렬한 개성은 이미 그만의 라벨을 만들기에 충분하지만, 때로는 젊은 향이 앞서며 밸런스를 흐트러뜨린다. 그러나 시간이 더해질수록 그는 분명 자신만의 향을 완성해갈 것이다.


조기 출하된 칠레산 와인이 언제쯤 프리미엄 와인으로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니에만은 천천히 숙성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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