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ed potatoes!

갤러리들은 왜 알 수 없는 함성을 지를까?

by Dylan Kim

으깬 감자. 한국인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요리다. 삶거나 찐 감자를 곱게 으깬 뒤 우유와 버터를 섞어 만들고, 여기에 기호에 따라 향신료를 더해 완성한다. 대체로 스테이크나 파스타처럼 양식을 내는 식당에서 고기나 채소의 곁들임으로 등장하며, 간혹 경양식 돈가스와 함께 접시 한쪽을 차지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단품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반찬으로 자리 잡은 음식이다.


미국에서는 고기와 함께 한 접시에 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정집에서도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식탁에 늘 오르는 기본 반찬이다. 그만큼 으깬 감자는 미국에서 너무 흔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익숙한 단어는 골프장에선 전혀 다른 맥락으로 들려온다. PGA 투어를 포함한 해외경기(대부분이 남자 경기)를 관람해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외침. 게다가 이건 선수도, 캐디도, 해설자도 아닌 다름 아닌 갤러리 한가운데에서 튀어나오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으깬 감자와 야채를 곁들인 고기요리는 굉장히 먹음직스럽다.

선수가 티 샷을 위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를 향한다. 주변은 숨소리조차 삼켜버린 듯 고요해진다. 인위적인 소리는 모두 잦아들고, 자연이 내는 소리만이 허락된 시간. 선수는 타깃을 조준하고 이내 어드레스를 취한다. 각자의 루틴이 이어지고 트리거 동작이 시작되면, 티 위에 올려진 공은 곧 하늘 높이 날아가기 직전의 상황을 맞이한다. 헤드가 공을 만나 찰진 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긴 침묵은 이내 환호와 박수소리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갤러리로 대회장을 찾으면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해외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공이 하늘로 솟구치면 가끔씩 갤러리들 사이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MASHED POTATOES!!"

환호도 감탄도 아닌, 뜻조차 알 수 없는 이 특유의 고함이 티잉 그라운드의 고요를 통째로 무너뜨린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지금의 미국 골프 팬들에게는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다.


때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8월 15일 일요일, 위스콘신 주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마지막날. 지난 같은 대회 3번 출전에서 우승, 우승, 준우승이라는 대기록의 타이거 우즈는 중위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미시간 호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우즈는 9번 홀에 들어섰다. 헤드가 공을 맞는 순간 갤러리 사이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어떤 한 중년 남성이 외친 '으깬 감자'였다. 이것이 골프 대회 중계에서 송출된 최초의 '으깬 감자'로 알려져 있다.


1년이 조금 지나고 '으깬 감자'는 다시 한번 중계 화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2011 셰브론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 18번 홀에서 타이거 우즈가 버디를 잡아내며 약 2년간의 공백을 깨고 우승을 차지하기 불과 몇 분 전이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선 우즈는 아이언으로 낮은 탄도의 스팅어 샷을 쳤다. 그 찰진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을 가르자, 또다시 갤러리 사이에서 '으깬 감자'를 외친 남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이번엔 중계 해설자 로저 몰트비가 언급하며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고, 이후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밈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으깬 감자'를 외친 주인공은 바로 앤드류 위드마, 당시 대학을 막 졸업한 젊은 골퍼였다. 당시 이 괴상한 외침은 이따금씩 정상급 선수들의 티 샷 뒤에 종종 등장하긴 했다. 다만 그때까지는 눈에 띄는 반응을 얻지 못했던 작은 장난에 가까웠다. 위드마는 그 흐름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극적인 순간을 기다렸다. 그래서 우즈의 우승이 거의 확실시되던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홀, 모든 시선이 집중된 그 찰나에 ‘으깬 감자’를 외쳤다. 이 외침이 우승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2년 만의 우승을 앞둔 순간에 가해진 이 한 방은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렇다면 왜 하필 ‘으깬 감자’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으깬 감자는 미국에서 매우 흔한 음식 중 하나다. 한국으로 치면 티 샷 직후 관중석에서 누군가 ‘김치!’라고 외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는 예절과 조용함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눈에 띄는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타구가 갤러리 쪽으로 향할 때를 포어를 외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어(fore)는 다른 골퍼나 사람들에게 공을 맞을 위험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외친다.

해외에서는 이런 외침이 ‘신사의 스포츠’로 여겨지는 골프와 어울리는 풍경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고요함 그 자체가 하나의 예절로 여겨지다 보니, 갑작스러운 고함이나 농담 섞인 외침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선다.


선수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유머러스한 외침은 선수들의 집중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이상, 경기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있다. 반면, 몇몇 선수들은 이러한 외침이 매 라운드, 매 홀마다 반복될 경우 선수들의 멘탈에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골프 문화와 전통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는 여러 외침에 존경의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악의가 없고, 별 의미가 없는 유머러스한 구호는 용인이 될 수 있지만, 비하의 의도가 있는 외침에는 그에 따른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갤러리들 속에선 알 수 없는 괴상한 외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 으깬 감자와 함께 가장장 점유율이 높은 구호인 'BABA BOOEY'는 라디오 쇼인 하워드 스턴 쇼에서 유래되었다. 바바 부이라는 별명을 가진 총괄 프로듀서 게리 델라베이트를 지칭하는 말로, 스포츠계에서 널리 퍼지며 골프 갤러리들 사이에서 으깬 감자와 함께 자주 등장한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들려왔을 정도다.


그 외에도 'Get in the hole', 'Light the candle', 'Meatloaf' 등 팬들의 염원을 담은 구호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외침들도 경기장의 긴장을 깨고 웃음을 만든다. 말하자면 이들은 골프장의 배경음악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 구호들은 사실 골프와 관련 없는 단어들을 외쳐서 관중들에게 웃음을 주고, 골프 경기 및 중계방송에서 오는 엄숙한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일반적이지 않고, 황당한 구호를 외쳐야 이목을 끌기에 좋다. 이 알 수 없는 함성들은 경기에 지장이 가지 않고, 선수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의를 끌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장난기 가득한 골프 팬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적어도 해외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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