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중심에 선 LIV 골프

5년 차 골프 리그가 걸어온 시간과 다가올 도약방식

by Dylan Kim

골프계의 이단아로 불리던 LIV 골프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출범 초기 이 리그는 국가 차원의 부정부패와 인권 문제를 둘러싼 비판 속에서, 왕정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잡음은 점차 사라져 갔고, 리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안정적인 시즌 운영 속에서 LIV 골프는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조금씩 확보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리더십 교체, 글로벌 일정의 확장, 미디어 환경의 안정화 그리고 독자적 포맷의 진화가 그 배경이었다.


이 리그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분명했다. 54홀 노컷, 샷건 스타트, 개인전과 팀전을 병행하는 구조. 빠른 진행과 음악, 공연을 결합한 골프와 페스티벌의 혼합 모델이었다. 선수는 54명, 팀은 13개로 고정됐고, 막대한 상금 규모는 기존 투어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의 발걸음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출범 당시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 등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거액의 계약금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의 LIV로 이적을 선언하며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코스 밖에서 일어났다. 창립 CEO 그렉 노먼의 퇴장이다. 노먼은 LIV의 얼굴이자 투쟁의 상징이었다. PGA 투어와의 전면전, 강경한 메시지, 그리고 혁신의 아이콘. 그러나 그 상징성만큼이나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작년 1월, 스캇 오닐이 새 CEO로 발표되고, 9월을 기점으로 노먼은 완전히 물러났다. 이 교체는 단순한 인사 변화 이상의 의미였다. 더 이상 대립을 위해 존재하는 리그가 아닌 지속되기 위해 설계된 리그로 방향을 틀어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백상아리부터 CEO까지,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셀 수없을 만큼 다양하다. LIV 골프의 수장을 역임하며 골프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시즌 구성 역시 그 변화를 반영했다. 작년에만 총 14개 대회를 9개국에서 개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야간 개막전은 LIV 특유의 연출 감각을 집약한 무대였다. 한국이라는 신규 개최지는 리그의 글로벌 확장을 상징했고, 미국 내 6개 이벤트는 핵심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글로벌 리그라는 구호가 일정표 위에서 현실감을 얻기 시작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한국 대회는 상징성이 컸다. 5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는 아시아 확장의 정점에 가까웠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개인전 우승과 함께 Crushers GC의 팀 경쟁력을 앞세워 대회의 중심에 섰다. 경기장 밖에서는 K-POP 공연과 각종 이벤트가 결합되며, LIV가 지향하는 엔터테인먼트형 스포츠 모델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소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한국 대중들과 업계에겐 낯설 수 있었던 광경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관객층,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LIV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호아킨 니에만의 꾸준함이 눈에 띄었고, 개인전 5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존 람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비록 개인전 우승 타이틀은 따내지 못했지만, 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며 한화로 약 484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획득했다. 대미를 장식한 미시간에서 열린 팀 챔피언십에서는, 람이 이끄는 Legion XIII가 연장승부 끝에 Crushers GC를 제압했다.


람은 지난 시즌 댈러스에서 열린 대회(공동 11위)를 제외하고 모든 대회에서 TOP10에 진입했다.

메이저 대회와의 관계도 미묘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보였다. LIV 소속 선수들은 US 오픈과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초청 자격을 얻었고, PGA 챔피언십에도 다수 출전했다. 완전한 화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출입구는 열렸다. 반면 PGA 투어와의 합병 논의는 작년까지 내내 교착 상태에 머물렀다. 2023년 6월 프레임워크 합의와 백악관 미팅 이후에도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PGA 투어와의 비공식적 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식 합병 마무리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대신 독자 노선을 더욱 분명히 했다. 작년 11월, 올해 모든 정규 이벤트를 72홀, 4라운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샷건 스타트 방식과 팀 경쟁은 변함이 없다. 다만 홀 수를 늘리겠다는 선택은 전통 골프와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이 변화는 2023년 10월 OWGR가 LIV 골프의 편입을 처음 거부한 이후, 리그가 세계 랭킹 포인트 시스템과의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꺼내든 조정 카드로 해석된다. 이를 포함하여 경쟁 강도에 대한 의문과, 실험 리그라는 꼬리표를 동시에 떼어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은 것이 선수 이동, 특히 한국 선수들을 둘러싼 이적설이다. 2025년 말, 김시우와 임성재를 둘러싼 LIV 이적 가능성은 국내외 골프 팬 사이에서 화두로 올라섰다. 일부 외신은 그의 팀 합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김시우는 본인의 SNS를 통해 PGA 잔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성재 역시 소속사에서 이적설을 일축하며 기존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장유빈은 LIV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성적 부진과 함께 팀 잔류에 실패하며, 다시 KPGA 투어 복귀를 선택했다. 이는 LIV 골프가 기회의 리그이자 불확실성의 리그라는 사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막대한 자본과 새로운 무대는 매력적이지만, 모든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24 시즌 KPGA에서 거둔 압도적인 성적을 바탕으로 LIV행을 택했지만, 끝내 1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는 장유빈

지난해는 LIV 골프가 그동안 버텨낸 시간들이 비로소 운영이라는 형태로 정착한 시기였다. PGA 투어와의 합병이라는 전제가 불확실했음에도, 리그는 방향을 잃지 않았다. 글로벌 일정 확대와 포맷 조정을 통해, 타 투어에 기대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존속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72홀 체제 도입은 단순한 경기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LIV 골프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선택이 전통과의 타협으로 읽힐지, 혹은 새로운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화의 과정으로 평가받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LIV 골프가 더 이상 실험이나 대안이 아닌, 흐름 자체를 정립해야 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2025년 한국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변동불거’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해 한국 사회가 그 거센 흐름 속에 있었듯, LIV 골프 또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논란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이 리그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나설 것인지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 골프 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