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점수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제는 수능이 있는 날이었다.
항상 수능 당일 날 아침은 쌀쌀하던
기억이 있는데, 어제의 출근길도
어김없이 쌀쌀했던 듯하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나도
수능을 봤었다. 나는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최저 등급만 맞추면 됐었기에
내게 수능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었다.
그래서 중요한 날마다 다소 잠을
설치는 나였지만 희한하게
수능 전 날에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숙면을 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수능 당일 날이 되었고,
터벅터벅 담담한 마음으로 배정된
고등학교로 걸어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1교시는 국어 영역이었는데,
문제를 풀다가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는 그때 확신을 했었다.
다시는 내 인생에서 수험 국어를
공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져선
안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로부터 약 4년 뒤에
태식이는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다행히 태식이는 수험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고, 이제는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직장인&투자자가 되었다.)
그래도 큰 부담은 없었다.
어차피 국어 영역은 문제가
잘 풀리든, 안 풀리든, 공부를 했든
안 했든 항상 비슷한 등급 대가
나왔던 터라...
(역시 예상대로 실제 결과도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수능 몇 달 전부터 국어 공부는
아예 손 놓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
농구공을 몇 번 더 튀겼을 뿐...^^)
2교시는 외국어 영역이었다.
마치 내신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학교에서도 영어시험 지문을
외우는 것으로 유명한 놈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우연히도
그 교과서가 EBS 문제집들이었고,
실제 수능 영어와 EBS 문제집 간의
연계 비율이 약 70% 정도로 높은
편이라,
마치 내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문제를 아주 수월하게
풀었고 만족스러운 등급이 나왔다.
다섯 과목들 중에서 가장 괜찮은
점수와 괜찮은 등급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태식이는 몰랐다.
5년 뒤 공무원 시험 5과목에서 영어를
제일 못 볼 줄은...
그니까 분명 나는 1~2개 틀렸거나
거의 다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점수는 70점이었다 ^^;;;)
3교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리 영역 시간이었다.
어차피 최저 등급만 맞추면
되는 내 입장인지라 수학 점수는
안중에도 없었다.
단 5분 만에 나는 모든 마킹을
끝냈다. 수리 영역은 좋은 게
뭐냐면 문제지 공백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OMR을 기둥으로 혹은 화려하게
내 마음 가는 대로 줄 세운 다음에
문제지 커다란 공백 란에 내 미래
계획을 세웠던 기억이 난다.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
출신지가 부끄럽진 않아요^^)
1. 대학에 다 떨어질 경우?
- 재수를 한다.
- 내가 이 시험을 또 봐야 한다고?
음... 그건 미친 짓인 것 같은데...?
- 수시 재수라고 있다던데 그걸 노릴까?
- 사회로 나와서 바로 일을 시작한다.
- 흠 그래도 그간 공부한 게 아깝긴 한데...
- 기술을 배워볼까?
2. 원하던 대학에 붙는 경우?
- A 대학교를 갈까?
- 음... 가깝고 등록금도 저렴해서 좋은데
너무 연고지에만 갇혀 살게 되는 건 아닐까?
- B 대학교를 갈까?
- A 대학교보다 이름값은 괜찮은데
거리도 멀고 등록금도 비싸고...
- A, B 둘 다 떨어지면?
- 사실 A, B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한참 하향 지원했던 대학교들이라
다소 아쉬움이 있었을 터...
-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네. 네가
수능으로 대학 갔으면 거기도 감지덕지지
그냥 붙는 대로 가라...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대학 욕심이 없던
나는 비슷한 등급대 중에서도 가장 안정 빵
으로 붙을 만한 대학들만 골랐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내 인생 최우선 순위는 안정성...)
3. 대학교 가면 인생 끝날까?
- 선배들 말 들어보면 공대는 입학하고 나서도
힘들다던데... 전공 살릴 수 있을까?
- 대학만 가면 끝난다던데 애초에 그럴 일이
없겠지, 또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되겠지.
- 아빠가 나 어른될 때쯤이면 통일된다고 하던데
젠장, 통일은 무슨... 군대도 가야겠구나...
그렇게 수리 영역 시간을 그 어느
수험생보다 열심히(?) 심도 있게(?)
인생 계획을 그려나가며 보냈던 것 같다.
중간중간 감독관이 와서 쳐다보는 눈치도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람이 내 인생을 책임져줄 것도
아니고, 시험장만 벗어나면 볼 일 없을 테니까.
마지막 4교시는 과학탐구 영역이었는데,
난 정말 잘 풀었다고 생각했고, 예상치도
못한 등급을 맞으면서 내 인생에서 수능을
다시 보면 정말 큰 일어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탐은 모의고사를 한 10년 치는 가져와서
풀어봤고, 항상 1~2등급을 유지해왔는데
실제 수능에서 4등급이 나와버린 것이다. ^^;;;
어쨌든 그런 결과가 있었음에도,
나는 안정적으로 최저 등급을 맞출 수
있었고 원하는 대학에 무리 없이 합격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 학교 분위기는 붕 떠있었다.
재수를 결심한 친구들, 예상보다 수능을
잘 본 덕에 기뻐하던 친구들,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서 원하는 대학에 떨어진 친구들,
지나치게 상향 지원을 했다가 쓴 맛을 본
친구들 등등 정말 다양했다.
12년 간의 여정이 이렇게 끝맺음
되는 것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긴 그 12년 중 9년은 나는 학교 시험
날짜가 언제인지, 무슨 과목을 보는지도
모른 채 보냈으니까. 한 3~4년 적당히
공부하고 입시에 성공한 나는 아무 미련이 없었다.
주위에서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면
그 당시 내 대답은 일관적이었다.
"응 시험지 잘 보고 왔어!"
내 석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난 지금도 그 당시 내 석차가 어디쯤
이었는지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런 만큼 중학교 3학년부터 공부를
시작한 내 입장에선 고등학교에 와서
희망하는 대학을 쓰는 순간까지도 별로
큰 욕심이나 현실감이 없었다.
"고작 나 따위가 대학을 간다고...?"
"응? 근데 내가 이런 곳을 갈 수 있어?"
약간 이런 느낌이었다.
종교를 믿지 않는 나이지만,
결국 사람 인생의 큰 부분은 또 운에
좌우된다고 보는 입장인지라,
"그것마저도 하늘의 뜻이겠지." 하면서
항상 무던하게 넘기던 나였던 것 같다.
내 소식에 가족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저 녀석이
어디 고등학교나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퍼포먼스를 보였으니.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해보고 나서
여실히 깨달았다.
이거 가스 라이팅이었다고...
막상 대학교를 다니다 보니, 굳이
한 등급 대 더 높은 대학을 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차피 문과 대학은 나와도 대부분이
전공을 살리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고,
공대는 간판이 아닌 본인 실력에 따라
취직하게 될 것인데...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이상한
대학교 계급 순위, 이것도 역시 가스 라이팅
중 일부였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도 했던
것 같다.
(기사 출처 :http://www.viewsnnews.com/article?q=80531)
그래서 위와 같은 기사를 보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감정이 밀려온다.
그래, 수능 점수가 향후 내 인생에
미치게 될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저 점수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좁은
시야에 갇혀서 수능만이 계층 이동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내 인생만 생각하더라도 정말로,
정말로 수능 점수가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을 떠올려보면...?
글쎄,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군가한텐 중요하겠지.
사람마다 추구하고자 하는 인생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갈 만큼의 중요성을 가졌나?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대학교를 진학한 이후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고,
방황도 많이 했다.
주어진 대로, 수동적으로만 공부만
하면 되었던 고등학교 때까지와 다르게
대학교에 진학한 순간부터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 정보도 찾아봐야 하고,
교수들의 강의도 친절하지 않을뿐더러,
진짜 전쟁터인 취업 시장으로 직결되는
공간인지라 나태해질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대학교 덕분에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1년 치 등록금인 돈 천만 원을 주고
배우기에 충분한 가치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대학교는 나에게 있어서 딱 그 정도.
나는 더 중요한 가치를 찾기 위해 당당히
대학교를 자퇴했다.
12년 간의 결실을 맺으며 입학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자퇴하는 절차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수님께서 내주시는 과제에 충실하기보다
나는 세상 앞에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카타르시스... 카타르시스...
이 날을 위해 나는 살아왔구나 싶었고,
대학교를 입학하던 순간보다 자퇴하던
그 순간이 3,500배 정도는 짜릿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었지.
그게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될 줄은.
몇 년 뒤에는 더 크게 확신하며 이 얘길
하고 있겠지...
https://www.youtube.com/watch?v=MZRlRrwlrFA
작년 수능 날에 우연히 이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수능 사교육 시장으로 유명한
메가스터디의 광고였는데 제법
볼만 한 6분짜리 웹 드라마 광고였다.
뭔가 씁쓸했다.
수험생들한테는 이 날이 향후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날일 텐데,
(재차 얘기했지만, 편협한 내 입장에선
수능 점수가 감히 향후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의 거대한 영향력은 없을 거란 생각.)
학원 입장에서는 바로 또 내년 수능
대비를 위한 강의 팔이에 나서고 있으니.
또 이 강의에 나오는 모델은 아이돌 가수
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기준으로
수능을 볼 나이가 아니었다는 점.
그 당시에 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댓글 하나를 발견했는데,
수능 생각이 날 때마다 이 댓글을
찾아보러 오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내 과잉 해석일 수 있지만,
고작 7글자일 뿐인데 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것이 느껴진다. 저 댓글을
보면서 나 또한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그래서 우리는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인생에 대해 넓은
관점으로 생각해본다면 수능도 그냥
일 순간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일 텐데,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주변에서도
오로지 대학, 대학, 대학만을 외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야는 편협해지고 어느새
우리는 그 가스 라이팅에 수동적으로
물들어버리게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래서 대학을 가는 학생들의 입장이라면,
과연 대학 진학이 내 인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
그대 담임 선생님의 실적 쌓기를 위한
것인지, 거기에 더하여 그대 교장 선생님
의 실적을 위한 것인지, 그대가 다니시는
학원의 실적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뭐가
기다릴지? 나는 그 이후 인생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도 대입만큼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일이라 느낀다.
우리는 이미 학창 시절부터 경험해왔다.
"이번 중간고사만 끝나면..."
"이번 기말고사만 끝나면..."
항상 이번 시험만 끝나면 뭔가 자유가
찾아올 것 같고, 오아시스가 내 눈앞에
펼쳐질 것 같고,
하지만 정말 그런 파랑새가 있었나?
결국 새로운 시험은 또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고, 나는 그거에 맞게 또
준비해야 하고,
그 시험들이 끝나면 수능도 봐야 하고
수능 봤으면 대학 가야 하고, 대학 갔으면
취업 준비해야 하고, 그 사이에 병역의
의무가 기다리고 있고...
인생에 파랑새 따위가 존재할 리가 없다.
어차피 인생은 시험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
본다면 과연 수능이 얼마나 중대한 시험이라
할 수 있을까?
사회 구조적인 측면도 꼬집을 필요가 있다
고 생각한다.
산업화 세대 어르신들은 전쟁과 가난, 굶주림
을 경험해본 세대로서 자식들의 자녀들만큼은
이런 환경에서 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자녀들의 교육에 힘썼고, 그에 대한 반작용
이로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학벌주의 경향이
만연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렇게 사람들 인식 속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대학을 안 가면 마치 인생 실패자라도
되는 것처럼 업신여기는 시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 만능주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중요하지,
대학교 간판이 자신의 미래를 빛내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부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아름다운
일탈을 하여, 본인 삶을 정말 본인의
의지대로,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DFt1MdfY7P8
이번 2024 메가 패스의 주인공들은
뉴진스이다.
이번에도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그대들은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의
승자라는 생각이 든다.
11살부터 투자를 시작한 워런 버핏이
5살부터 투자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
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유대인들은 스무 살부터 투자를 시작하고,
미국인들은 스물다섯부터 투자를 시작하고,
한국인들은 서른 살부터 투자를 시작한다는
그런 얘기를 떠올려보면...
이들이야말로 복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자본 시장에서의
승리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멋지다.)
https://www.youtube.com/watch?v=rjz4ja2Yy68
정말 아름답다.
평균 나이 16.6세의 소녀들이
이제는 금융 광고까지 찍다니...
눈부시다. 정말 눈부시다.
"금융도, 내 본능대로..."
정말 무서운 말이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파산 사례가
떠오른다.
50센트, 마이클 잭슨, 조니 뎁,
마이크 타이슨 등등...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를
버느냐? 보다 그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 하는 것이겠지.
그러기 위해선 내 앞에 가득
쌓인 현금이 일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그러니 부디 이 분들께서도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신 만큼 금융 공부도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이상으로 주저리주저리 수능에
대한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줄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