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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의 차이

존재와 존재불명

by 생각전사

덴마크 칼 빌헬름 홀소(Carl Vilhelm Holsøe·1863 - 1935)는 자신의 아내 뒷모습을 주로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러시아 무라드 오스만(Murad Osman)은 여자친구 손을 잡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자친구 뒷모습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다. 특별히 둘 다 뒷모습에 몰입했다.


이들의 사진과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다 흥미로운 차이점을 발견했다.


첫째,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문화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의 주장대로 사진은 “거기 있었음.”을 명징하게 증명한다. 사진은 그 시간 그 장소에 사진을 찍은 사람과 카메라, 사진 찍히는 대상이 “거기 있었음.”을 말한다. 하지만 그림은 그것을 그린 화가와 화구, 그림의 대상이 그 시간과 그 장소에 “거기 있었음.”을 오롯이 증명하지 않는다.


둘째, 사진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는 앞모습을 포함한 온전한 증명이지만 그림 속 뒷모습은 앞모습을 잊고 뒷모습에만 집중하여 그린 평면의 모습이다. 사실상 앞모습은 사라진 것이다. 존재불명이다.


사진은 대상과 관여자의 존재이고, 그림은 대상과 관여자의 존재 불명이다. 실존의 증명이라는 점에서 사진과 그림은 이처럼 다르다.


사진이든 그림이든 예술에 속한다. 사진은 사실의 증명으로써 예술적 감동을 주고, 그림은 사실과 상상의 예술적 표현으로써 감동을 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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