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창을 열면 바람이 조용히 스며든다. 커튼이 가볍게 흔들리고, 책 위로 고요한 공기가 내려앉는다. 나는 책장을 천천히 넘긴다. 종이 위의 문장들은 어느새 속삭임이 되어,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든다. 책을 읽는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추고, 그 안에 담긴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의 시간이 된다.
책은 영혼이 세상에 남긴 가장 조용한 발자국이다. 그것은 말보다 부드럽고, 침묵보다 진한 마음의 기록이다. 한 줄의 문장, 하나의 단어 속에 살아 있는 감정이 있다. 사랑, 아픔, 그리움, 용서… 모두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다. 나는 그것들을 조심스레 따라 걷는다. 마치 낯선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듯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처음 만나는 풍경 속을 지나며, 그 사람의 내면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마주한다.
어떤 책은 기억처럼 아련하고, 어떤 책은 꿈처럼 선명하다. 어떤 책은 나를 위로하고, 어떤 책은 질문을 남긴다. 그 모든 감정이 쌓여, 책은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길을 찾고, 잃고, 다시 걷는다. 때로는 멀리 떠난 여행처럼, 때로는 아주 오래 머문 집처럼 책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건네받는 일이다.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닿는 일. 책을 쓰는 사람은 조용히 마음을 내어주고, 읽는 사람은 그것을 받아 조용히 간직한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감정이 흐르고, 말 없는 공감이 피어난다. 우리가 서로를 전혀 모른다 해도, 한 권의 책이 둘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 낯선 세계로의 문을 연다. 그 문 너머엔 언제나 누군가의 진심이 있고, 그 진심을 따라 걷다 보면 내 안에도 조용히 발자국 하나가 남는다. 어쩌면 언젠가, 그 발자국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향한 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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