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

그리움의 본질

by 생각전사

누군가는 인생을 긴 여행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한 편의 소설이라 한다. 내 삶을 되돌아보면, 인생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진 관계의 기록처럼 보인다. 시간을 따라 공간에 무언가를 새기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만남과 이별을 썼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사랑하고, 떠나보내는 일. 그 속에서 비로소 ‘살아간다’는 걸 배웠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관계 안에 놓인다. 부모의 품에서 시작된 하루는 친구의 웃음 속에서 자라고, 스승의 말 한마디에 삶의 방향을 얻는다. 작은 인연들이 쌓이고 엮이며, 시간과 공간을 채우고, 긴 여정을 견딘다.


삶은 공간에 시간이 지나간 궤적이다. 그곳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공간은 시간의 불가역성에 의해 점점 희미해지고 부서진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눈 말, 눈빛, 온기 같은 것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아무 말 없이 건네던 손길, 예고 없이 떠났던 뒷모습, 언젠가 다시 마주칠 것 같은 선한 눈동자. 그 모든 것이 기억이 되고, 오늘을 견디는 힘이 된다.


진심으로 떠오르는 순간들을 되짚어보면 그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고마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몸부림치며 서로 투쟁하며 보낸 밤보다, 따뜻한 사람과 나눴던 밥 한 그릇, 술 한 잔이 더 오래 남는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 속에서 울고, 웃고, 배우고, 사랑하며 긴 여정을 함께 해왔다.


만남은 늘 우연을 가장해 오지만,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 어쩌면 인생은 인연의 파도 속에서 무언가를 붙잡았다 놓고, 또다시 붙잡는 일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성숙된 삶에서 결국 가장 선명하게 남는 건 우리가 주고받은 말, 함께한 시간, 그리고 마음이 머물렀던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세상이 고요해질 즈음이면 문득 떠오른다. 그때 그 사람, 그 목소리, 그 따뜻했던 오후의 기억. 그리움은 그렇게 불쑥 찾아오고, 떠나기를 반복하는 메마른 마음에 내리는 봄비와도 같다.


하지만 어쩌랴. 시절인연은 시공간을 달리하며 끝내 흩어지고만 것을… 그래서 지금의 시간, 이 공간,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시간 #공간 #인연 #그리움 #사랑 #이별 #이붕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