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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 그리고 콘텐츠

동시성과 연속성, 다양성의 추구

by 생각전사

요즘 교육콘텐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 지난 1월 초에 기획한 콘텐츠가 수많은 아이디어와 토의,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여러 사람이 관여하다 보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것들이 많이 포함되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내용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일맥상통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구상해 내용을 하나로 꿰고 있다. 그걸 다시 내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 중이다.

때 마침 오늘 치과치료가 있어 서울 2호선 전철을 타게 됐다. 출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많은 승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따뜻한 봄날, 집에만 있기에는 찬란한 햇볕이 어찌 아깝지 않았겠는가? 덕분에 자리가 없어 서서 가게 됐다. 사람들의 표정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눈을 둘 곳을 찾는데 출입문 위에 붙은 광고판이 보였다. 디지털화면이다. 역시 돈 버는 사람들이 빠르긴 빠르다. 전철 안을 둘러보니 죄다 디지털 화면으로 다 바뀌었다. 화면에 시시각각 다양한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판으로 된 고정된 공간에 콘텐츠가 서비스되었는데 말이다


치과치료를 마치고는 1호선 전철을 타고 귀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1호선의 광고판은 아직 디지털로 바뀌지 않은 채 옛 방식 그대로다. 출입문 위에는 서울 동대문구 어느 식당광고가 붙어 있었다. 장어와 민어가 보양식이고 몸에 기가 막히게 좋다는 문구나 편집의 스타일도 통속적이다. 이 방식도 여전히 특정 시공간과 특정 세대에게는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우연히 이 전철을 타고 우연히 이 출입구 근처에 오게 돼서 별 할 일 없어 광고판을 들여다보게 된 나 같은 특정한 사람에게 말이다. 다만 이 문구를 읽은 사람이 그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리란 보장은 확실하지 않다.


내가 두 광고판을 보는 동안 대부분의 승객들은 광고판 아래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다. 유튜브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의 19초짜리 영상 콘텐츠는 평범하면서도 그 내용이 싱거울 정도다. “우리는 지금 코끼리 앞에 있습니다. 음…. 코끼리의 멋진 점은…. 이들은 엄청 엄청 엄청나게 긴 코를 가졌다는 거죠. 그게 멋있습니다. 딱히 더 할 말은 없네요.” 2005년 4월 23일, 스물여섯 살의 자베드 카림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동물원 코끼리 우리 앞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찍은 ‘동물원에서의 나’(Me at the zoo)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20년이 지난 2025년 4월 20일 기준 3억 5490만 회 조회, 1759만 개 ‘좋아요’, 1039만 개 댓글을 기록했다. 유튜브는 현재 55개 언어로 유통되며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약 25억 명에 이르는 제1의 영상서비스플랫폼이 되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이 한몫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1992년 IBM이 출시한 Simon에서 시작되었다. 이 기기는 전화는 물론 주소록, 일정관리, 계산기, 팩스 송수신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당시 기준으로는 혁신적인 기기였으며,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Palm, HP, Microsoft 등이 PDA 기반에 전화 기능을 결합한 제품들을 내놓았고,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각각 멀티미디어 기능과 이메일 특화 기능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스마트폰 대중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마련되었다. 정전식 멀티터치 스크린, 앱스토어 기반의 생태계,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기존 휴대폰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었다. 2008년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선보였고, 다양한 제조사들이 이 플랫폼을 채택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iOS와 안드로이드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었다.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은 고성능 카메라, 생체 인식, 모바일 결제, 음성 비서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핵심 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 5G 통신, 폴더블 디스플레이, 위성 통신 기능까지 접목되면서 더욱 진화해 나갔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기기를 넘어, 사람들의 삶을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중심 도구가 되었다. 특히, 대한민국은 초등학교 이상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IT 천국이다.


수익구조도 독특하다. 크리에이터(유튜버)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조회수에 따라 광고 이익을 얻고, 기업과 협업한 유료 광고 콘텐츠로도 수익을 창출한다. 이 외에도 사용자가 직접 크리에이터에게 기부하는 슈퍼챗, 채널 구독으로 선공개·미공개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VIP 멤버십으로도 돈을 벌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제작비를 사전 지원받아 만드는 방식이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제작 이후 정산받는 형태로 차이를 보인다. 유튜브는 자기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콘텐츠의 범람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콘텐츠의 다양성 확대와 품질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접근성에다 흥미와 재미, 기발한 아이디어와 다양성 등 복합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야 주목받는 세상이다. 내가 직면한 교육 콘텐츠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흥미와는 동떨어진 주제로 그들이 선호하는 시간과 공간이 아닌 곳에서 그들의 이해와 공감을 일으켜야 하는 불리한 것이다. 다만 장점이라고 한다면 교육자와 수용자가 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 눈빛과 감정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동일시간과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에서 콘텐츠가 유통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 방식은 수용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선호와 흥미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와 수용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를 수용하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자는 수용자가 크게 기대하지 않은 교육콘텐츠에서 일순간에 흥미와 재미요소를 발견하게 하고, 연속성을 가지고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콘텐츠의 힘도 힘이지만 이를 전달하는 교육자의 강연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음식을 굽는 소리와 냄새인 시즐(Sizzle)을 통해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고, 수용자의 감성과 감정을 돋워 침잠된 의식을 일깨워 스스로 생각을 정립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교육 콘텐츠 전체를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흥미와 재미, 개그적 요소, 감성과 감정선의 포인트, 폐부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사진과 문구... 안갯속이지만 점점 그 형상이 보이는 듯하다. 역시 궁하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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