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물길
햇빛에 바래고
달빛에 물드노라
가고 없는 시간은
묵을수록 더 빠르고
쌓일수록 더욱 세차도다
형체는 점점 문드러지고
이름은 바람에 흩어지니
세월을 품는 흙만이
결국 승자이어라
그래서 어쩌랴
너나 나나 그런 존재인 것을
유한한 생명체인 것을
푹푹 찌는 밤은 깊어가고
잠들지 않는 밤을 뚫고
신선한 새벽은 또 오는데
속절없는 시간에
남은 게 여기이니
바로 여기가 꽃밭이어라
아련한 이 꽃마저
끝내 가만두지 않을 그대여
속절없는 시간의 강, 거스를 수 없는 물길이여
그대의 근성을 내 어찌 탓하랴
하여 내 기꺼이 그대를 따르리라
딱 여기서 저기
바로 거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