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기술시대 병사의 운명

군사로봇과 대결하는 병사를 위하여

by 생각전사

최근 무기 개발의 최전선에는 AI, 로봇, 드론이 자리 잡고 있다. 우방국과 적국을 가릴 것 없이 각국은 앞다투어 군사기술의 첨단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쟁의 양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군의 기술적 우세는 병력과 군사력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반대로 적의 우세는 병사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전장의 주역으로 등장하며 수많은 병사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전투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병사는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드론과 로봇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중국은 과거의 인해전술을 로봇과 무인체계의 ‘수적 우세’로 대체하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병사의 희생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동시에 전쟁의 문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군사기술의 발달은 살상력을 더욱 높이고, 표적 식별과 공격을 정교하게 만들어 인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전쟁이 더 이상 인간의 판단과 신체적 한계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된 현대 무기체계는 탐지, 식별, 공격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며 전쟁의 속도와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장시킨다.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기계는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은 자국 병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군사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간 생명이 데이터와 목표물로 환원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살상 결정이 인간의 숙고가 아닌 계산 결과로 내려질 때, 병사의 운명은 숫자와 확률 속에 묻히게 된다.


이는 인간 존엄성의 근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인간의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하며, 생명을 박탈하는 결정에는 반드시 책임과 윤리적 판단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AI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며, 도덕적 책임을 질 수도 없다. 그럼에도 자율무기가 살상 판단을 수행하게 된다면, 전쟁은 점점 더 비인간적이고 무감각한 형태로 변질될 것이다. 전장에서 병사는 더 이상 상대 병사와 마주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과 기계에 의해 제거되는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책임의 공백이다. AI 기반 무기가 오작동하거나 오판으로 민간인과 병사를 살상했을 경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개발자, 지휘관, 운용자, 국가 중 누구도 명확한 책임 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는 국제법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전쟁범죄에 대한 억제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자국 병사의 피해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무력 사용이 쉽게 결정된다면,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책 선택지로 전락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따라서 AI와 로봇 기술이 전쟁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일수록, 병사의 운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윤리적 장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기존의 전쟁법과 국제인도법은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며, 살상 행위에는 반드시 인간의 최종 승인과 책임이 명확히 보장되어야 한다. 완전자율 살상무기에 대해서는 국제사회 차원의 규제와 통제가 불가피하다. 기술의 발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사용 방향을 인간 존엄과 병사의 생명 보호라는 기준 안에 두는 것은 인류 공동의 책무다.


결국 전쟁의 도구와 방식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병사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은 결코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 로봇 기술시대에 병사의 운명은 기술의 속도에 맡겨질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윤리와 책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그것이 첨단 기술의 시대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전쟁의 한계이자, 인류보존의 마지막 보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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