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마니에 덮인 당신을 훔쳐본 날부터였어요
심장에 실타래 감듯 그리움을 돌돌 말아 놓았지요
똬리를 틀어 머리를 세우고 있을 때
징그러워, 사람들이 뒷걸음치면
싱그러워, 나는 당신을 어루만졌어요
스삭스삭, 짚신 삼는 소리가 달빛을 썰면
당신이 내게 오는 소리 같아 자꾸 내다보았어요
나의 구렁이여, 신랑이여
당신이 벗어놓은 허물이 불에 타고 연기가 우리를 긴 이별에 가두었어요
허물을 본 죄가 내 허물을 키워 재를 뒤집어쓴 채 이렇게 울어요
당신, 이제 부디 사람이 되지 마세요
칠년 묵은 간장독에 머리를 감고 칠년 묵은 된장독에 들어갈게요
그러면 당신이 사람이 되었던 것처럼 내가 구렁이가 될 수 있을까요
구렁이가 된 나를 당신은 사랑할 수 있을까요
땅을 기어서 당신 소식 들리는 세상 끝 마을에 도착하면
낮은 매화나무 위에서 가지를 감고 기다릴게요
구렁이 몸으로 우리 다시 만나요
우리를 갈라놓았던 새벽이 없는 곳으로 가서
서로를 칭칭 감아 사랑을 나누고 꼬물꼬물한 자식을 열 낳아요
아침에는 이슬을 핥고 밤에는 먹이를 잡아 나누고
고갯짓만으로 마음을 헤아려요
바라는 것 없이 사랑하는 그런 미물로 함께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