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부재의 계절이라는 역설
겨울과 여름 중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땀이 많은 탓도 있지만 여름은 어떤 노력을 해도 더위를 벗어날 수 없는 탓이다. 얇고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고 에어컨 바람을 실컷 쐬고 나가도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밖에 나오면 금세 온몸이 땀에 젖는 계절. 반면 겨울은 내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나. 목도리를 메고 장갑을 끼고 내복을 덧입는다. 메고 끼고 덧입는 행위들은 추위에서 구제해준다.
한켠으로 겨울과 여름 중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고 신영복 선생은 여름이라는 계절의 잔혹함을 말한 적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그는 여름의 더위가 바로 옆 사람의 존재를 이유 없이 혐오하게 만든다는 점을 들어 여름이란 잔혹하다고 했다. 이건 어떤가. 혐오감이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게 만든다는 건. 그의 말마따나 더위는 나 하나 실존하기도 벅차다. 겨울은 아니다. 겨울은 옆 사람의 존재가 따스하고 부재가 차가운 계절이 아닌가. 그래서 겨울은 여름보다도 뼈저리게 잔혹하다.
외로움의 계절이다. 일년에 한 번 꼭 존재하는 부재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