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아름다운 미련이어라

by 노루트

“네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란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단순한 한 줄의 말이 아니었다. 그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 좌절을 겪고 나서 그는 교사가 됐고 지금은 교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말한 후회란, 그가 젊을 적 겪은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가 경찰이었다면, 어느 직위까지 올라가서 어느 역할까지 해냈을까. 같이 준비했던 사람들은 지금쯤 경찰 중 어느 직위에 올라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텐데. 평생 후회되지 않을까.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다.


작년에 언론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다. 원래 준비하던 기자 직무를 그만뒀고, 새로이 일반 기업 입사를 위해 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3월부터 넣은 모든 공채에서 서류 심사조차 넘지 못했다. 그간 기자만 준비해왔기 때문에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첫 3개월은 밤마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었다. 겨우 버티고 다음날로 넘어갔다. 내가 왜 회사를 그만뒀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간다고 말해야할까, 다시 돌아가면 잘할 수 있을까, 내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 단추를 끼워왔을까. 3개월 동안은 정말 매일 매일 후회에 젖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이렇게 모든 걸 끝낼 순 없으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아버지의 후회감에 대해 다시금 공감하는 중이다. 나와 달리 앞서 나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 이미 상을 타기도 하고, 회사의 주축이 되기도 한 사람들. 한땐 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들이 나보다 확연히 앞서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없는 두 손을 탓하는 나였다. 만약 퇴사하지 않았다면, 만약 계속 그 길을 묵묵히 걸었다면.


어제, 그래서 난 인사팀 선배에게 보낼 카톡 내용을 메모장에 썼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한다고, 혹시 아직 기회가 남아있진 않겠냐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인 오늘이 되어, 나는 메모를 삭제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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