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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ore 피오레 Oct 23. 2024

두번의 이별

수레바퀴 아래서의  현수



“엄마, 이모네가 소개해준다는 사람, 의사래. 왜 우리, 아니 나한테까지 소개팅이 들어왔을까라는 생각 안 들어? 엄마, 그 사람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이모한테 잘 알아보라고 해.”
“왜, 네가 어때서?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기만 한데.”
“엄마. 엄마는 그래서 아빠에게 버림받은 거야. 모르겠어. 내가 내세울 게 뭐가 있어? 내가 돈 많은 집 딸도 아니고, 배우처럼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매가 모델처럼 빼어난 것도 아니고. 엄마, 현실을 봐요. 현실을.”
“못된 계집애, 네가 엄마한테 모질게 굴기로 작정했구나.”
엄마는 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작은 눈짓 하나에 그 머물렀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어휴, 마음 약한 우리 엄마. 또 울려고 그러시네. 엄마, 이제 신파 좀 그만 찍고 맥주나 마십시다.”
수현은 남아 있던 맥주 두 캔 중 하나를 따서 엄마에게 건넸다. 그리고 하나 남은 맥주를 아끼면서 마시려는 듯이 홀짝거렸다.
         

                                  
                     


현수

현수는 신부님이 되고 싶었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성당을 다녔다. 유아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를 하고 복사단이 되어 성체를 모셨다. 현수는 성당에서 신부님과 보내는 시간을, 오르간 반주에 성가를 부르고, 하얀 밀떡이 예수님의 몸이 되어 나와한 몸이 되는 것을 좋아했다.
현수와 형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예의 바르며 명석했다. 그런 형제들은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현수는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알아주는 수재였지만, 현수의 어렸을 적 꿈은 늘 신부님이었다.
아버지는 현수를 의사로 만들고 싶어 하셨다. 형이 우리나라의 최고 대학인 법학과에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더 노골적으로 의사가 되기를 강요하셨다. 현수는 둘도 없는 효자였다. 신부님이 되기로 결정했다면 그 길로 가면 됐다. 하지만 현수가 부모님의 뜻을 거역한다는 건 현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신부님이 되기로 생각했던 현수는 다른 일, 특히 의사가 되리라고는 꿈조차 꾸어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현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성당에 가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죄를 사하시려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는 예수님에 대해 생각했다. 주의 수난 주일에 읽었던 마태복음에서 ‘아버지, 나의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성경 말씀처럼 원망도 했다. ‘이게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라면 합당하게 봉헌하겠나이다.’라는 부모님 말씀에 절대 순종하라는 계명도 따랐다.
아버지는 현수의 이런 행동을 싫어하셨다. 의대에 가고도 충분히 남을 점수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 신부님이 되기로 했다는 것은 아버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현수는 효자 아들이었고 소문난 엘리트였다. 아버지와의 대립은 현수에게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현수는 해야 할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의사가 되는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 나갔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 현수는 한동안 헤매고 다녔다. 성실과 끈기의 아이콘이기는 했지만, 전국에서 온 수재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건 또 하나의 벽을 넘는 일이었다. 의대에서의 현수는 매일같이 두꺼운 교과서를 펼치고, 정밀한 인체 구조와 복잡한 병리학을

이해하려 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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