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예나는 그림 그리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립니다. 엄마 얼굴도 그리고, 아빠 얼굴도 그립니다. 꽃도 그리고 나비도 그립니다.
오늘도 예나는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꺼냅니다. 오늘은 무얼 그릴까? 예나는 주변을 둘러봅니다. 엄마가 부엌에서 예나에게 줄 간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마 얼굴은 많이 그렸습니다. 오늘은 엄마 발을 그리고 싶습니다. 예나는 한 번도 엄마 발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엄마 발을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엄마, 오늘은 엄마 발을 그려줄게."
예나는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예나를 봅니다. 예나는 일어나서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갑니다. 그리고 엄마 손을 잡고 거실로 옵니다.
"엄마 양말 벗어봐. 예나가 엄마 발 그려주게."
"어? 그게......"
엄마는 망설이면서 양말을 벗지 않습니다. 예나는 엄마 양말을 잡습니다. 엄마는 예나의 손을 잡습니다. 예나는 놀라서 엄마를 봅니다. 엄마가 이상합니다.
"왜? 내가 발 그려줄게. 엄마 발 그리고 싶단 말이야."
엄마는 망설이는 얼굴로 예나의 두 손을 살며시 잡습니다. 그리고 예나의 얼굴을 보고 말합니다.
"예나야. 엄마 발은 예쁘지가 않아. 그리고 예나가 놀랄 수도 있어."
"안 예뻐도 괜찮아. 그리고 엄마는 얼굴이 예쁘니까 발도 예쁠 거야. 그러니까 예나가 예쁘게 그려줄게."
"알았어. 그럼 엄마 발 예쁘게 그려줘."
엄마는 결심한 듯 망설이면서 양말을 벗습니다. 한참 동안 엄마 발을 보던 예나가 말합니다.
"어! 엄마 발에는 새끼발가락이 두 개네."
"응?"
"엄마는 새끼발가락이 두 개잖아. 예쁘다."
엄마의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이 새끼발가락처럼 작습니다. 엄마는 예나의 말을 듣고 놀란 얼굴입니다. 예나가 놀라거나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나는 스케치북에 엄마의 발을 그립니다. 새끼발가락이 두 개 있는 예쁜 엄마 발입니다.
"예나야 엄마 발 이상하지 않아?"
"아니. 안 이상해. 예뻐. 엄마 발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예나가 그린 그림을 보고 엄마는 예나를 꼭 안아줍니다. 그리고 벗어놓은 양말을 신지 않고 부엌으로 갑니다. 더운 여름에도 한 번도 벗지 않던 양말을 이제 다시 신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