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고기를 싫어한다. 남편은 술을 싫어한다. 남편은 담배를 극혐한다. 남편은 야식을 먹지 않는다. 남편은 거의 모든 야채를 좋아한다. 남편은 과일을 좋아한다. 4년 전 남편은 당뇨 진단을 받았다.
어제 남편이 당뇨합병증 검사를 받고 왔다. 당수치는 좋아졌다고 한다. 코로나 전에는 아침은 도시락으로 점심은 식당에서 먹었다. 당수치가 많이 좋아지지 않았다. 코로나로 식당에 갈 수 없게 되면서 점심까지 도시락을 싸가게 되었다. 도시락을 싸가면서 당수치가 좋아졌다. 그런데 어제 합병증 검사에서 동맥경화가 심해져서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의사는 남편이 병원 갈 때마다 하는 질문을 했다.
"담배 피우시죠?"
"아니요.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어요."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는 남편의 흡연을 의심한다고 했다. 당뇨약을 먹는데도 동맥경화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흡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당뇨 때문에 참는 것이 아니라 원래 싫어했다. 젊었을 때 술은 가끔 마신적이 있지만 그것도 본인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술자리에서 마지못해 한잔 정도였다.
남편은 야채를 좋아해서 결혼 후부터 나는 지금까지도 1일 1 나물과 1일 1 이상의 샐러드를 준비한다. 그런 남편이 당뇨라고 했을 때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었다. 남편은 받아들였다. 시어머니는 야채와 해산물만 드시고, 고기는 육수도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런 시어머니가 당뇨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뇨에 걸린 사람이 조심해야 할 식단을 걸리기 전부터 유지했던 사람이 당뇨에 걸린다면 당뇨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남편의 형, 나의 아주버님은 매일 소주 한 병 이상의 반주를 즐기고 금연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는 애연가이다. 게다가 거의 매일 밤 라면을 끓여먹고 자는 분이다. 그런 아주버님은 당뇨가 아니라고 한다. 매번 검사해도 그런 기미도 없다고 했다.
이쯤 되면 막 살라는 말인가 싶다. 조심해도 당뇨 진단을 받고, 조심하지 않아도 건강하다면 노력한 사람은 얼마나 김새는 일인가 말이다. 나는 남편에게 가끔 이렇게 말한다.
"에고 내가 17년간 무친 나물이 아깝다. 사온 반찬 안 먹어서 김치까지 계절 따라 만들어 먹였더니 기운 빠지게."
"자기가 그렇게 해 줬으니까 지금 살아있는 거지.'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까지도 당뇨에 도움이 안 됐던 것일까? 남편의 도시락은 나물과 파프리카, 토마토나 오이와 양배추가 대부분이다. 가장 자극적인 반찬이라고 해도 삶은 계란, 김치와 집에서 만든 고추장 멸치볶음 정도다. 당뇨 진단 후에 남편의 간식은 아몬드와 호두 같은 견과류가 대부분이다. 갑작스럽게 동맥경화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4년 전 남편의 당뇨 진단 때처럼 나는 그냥 웃는다. 어이가 없네.
우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매우 건강하길 바랐다. 우리 두 사람 모두 매우 건강한 편은 아니다. 남들보다 빨리 관리하고 살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아마 노력하지 않아야 더 나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막 살고 싶다. 참았던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싶다. 우씨 막 살고 말 테다 나 진짜 막 살거야. 하지만 소심해서 그러지도 못한다.
어제 남편은 잠들기 전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또 한 번 깨달았어. 내 기대수명을 낮추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응 기대수명은 놔두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
미래에는 당뇨도 약 한 알로 완치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공상과학영화 같은 공상을 한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옛 여인들처럼 달을 보면서 빌어본다. 그리고 나도 다짐한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누구에게나 내일은 불투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