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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16. 2021

와 이건 정말 옛날 맛이다!

오랜만에 아이와 마트에 갔다. 거의 2년 동안 공사를 하던 마트가 재오픈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지 않았다. 코로나로 외출이 줄었고 장도 집 앞 동네 마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도서관에 책 이음 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겸사겸사 마트까지 들렀다. 온라인 수업을 끝낸 아들과 오랜만에, 아니 거의 2년 만에 마트에 갔다. 아들은 카트를 밀면서 말했다.


"이게 얼마 만에 카트야?"


이러면서 아들은 사람 많은 마트에서 이리저리 카트를 운전하고 다녔다. 사람이 많아서 복잡했다. 아들이 가고 싶은 방향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 달라서 답답했다.


"아들 내가 카트 밀까?"

"아니요."


아들은 단호하게 카트를 사수했다. 아들도 오랜만에 마트에 온 것이, 사지는 않을 물건이지만 넘치게 쌓인 물건들을 보며 걷는 것이 좋았던 모양이다. 식품코너를 다 돌고 계산을 하려는데 아들이 말했다.


"엄마 2층도 구경하면 안 돼요?"

"그러고 싶어? 그래 2층에도 가 보자."


2층은 한산해서 여유 있게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아들은 눈으로 쇼핑을 즐겼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담으라고 해도 담지 않고 천천히 마트를 돌았다. 아이가 오래 머문 곳은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이었다. 계산하기 직전에 아이스크림 사고 계산대로 향했다. 직원분이 카트에 있는 물건을 직접 계산대에 올려주셨다. 재오픈이라 서비스가 지나치게 좋았다. 계산을 하다가 이게 뭐지? 하는 물건을 보고 놀랐다. 나는 담은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들이 담는 것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들이 '엄마 이게 뭐예요?'하고 묻던 것이었다. 시골에서 고사를 지낼 때 고사상에 오르던 것이었다. '이거 옛날에 고사 지낼 때 상에 오르던 과자 비슷한 건데 예쁘지?'하고 지나갔던 것이었다.


"어? 이게 왜 여깄지? 나는 담은 적이 없는데. 카트에도 없던 건데?"

"히히"


아들이 웃었다.


"엄마 내가 깻잎 밑에 넣어뒀어요. 뭔지 궁금해서"

"잉? 왜? 사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하면 되지. 그래 궁금하면 하나 사자."


가격이 이천 원이라 부담 없이 사면서도 아들이 원하니 기꺼이 사는 것처럼 생색내듯 말했다. 계산을 끝내고 차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와서 차에 물건을 옮겨 담고 나자 갑자기 직원분이 나타나서 카트를 수거해 주겠다고 하신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카트에 있는 물건을 다 싣자마자 나타나다니. 역시 재오픈하더니 친절히 지나치다. 주차장에서 카트를 카트 거치대에 갖다 놓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친절할 이유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주차장이라 뜨거운 날씨에 밖에서 계속 카트를 수거하는 그분의 얼굴이 땀범벅이었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하게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세수를 끝낸 아들은 문제의 옛날 맛 옥춘(이 과자 이름을 처음 알았다.)을 꺼내 하나 먹어보았다. 표정이 영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겉은 박하사탕 맛이고 안은 강정 비슷한 맛인데 두 맛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옛날 생각이 나서 하나 먹어봤다. 달았다. 한참 동안 단맛이 명치에서 사라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엄마 맛 어때요?"


아들이 물었다.


"음. 와 이거 정말... 그래 이건 정말 옛날 맛이다."


아들이 이번에는 다양한 맛이 나는 아몬드 중에 골랐던 별빛 팡팡 아몬드를 먹어본다. 인터넷보다 천원이 싸서 먹어보지 않은 맛이지만 부담 없이 사본 것이었다. 하나를 먹어본 아들이 흥분해서 말했다.


"엄마 엄마 이거 그거예요. 배스킨라빈스 슈팅스타."

슈팅스타를 좋아하는 나도 하나 먹어봤다. 정말 슈팅스타 맛이었다. 입에서 톡톡 튀는 소리가 났다. 맛은 더 달았지만 재미있었다. 퇴근을 한 남편은 옛날맛옥춘은 보기에도 달다며 안 먹고 별빛 팡팡 아몬드만 하나 먹어보고는 '으악! 이게 뭐야? 왜 아몬드를 이렇게까지 해서 먹는 거야?'라며 진저리를 쳤다.


"왜? 맛있는데. 히히 슈팅스타 같지 않아?"

"슈팅스타도 싫지만 이건 정말 최악의 맛이야."


라며 냉장고에서 먹다만 티라미슈 아몬드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정말 옛날 맛나는 옥춘 캔디와 요즘 간식 별빛 팡팡 아몬드 모두 하나씩만 먹고 그대로 남았다. 옥춘 캔디 못지않게 단맛이 강한 별빛 팡팡 아몬드 역시 자꾸 먹게 되는 맛은 아니었다.


옛날에 시골에서 고사를 지내고 나면 무덤 앞에 차려진 제사상을 치우지 않고 두었다. 그러면 옥춘 캔디위에 개미가 잔뜩 몰려와서 달콤한 캔디 맛에 취한 듯 정신없이 오르내렸다. 간식이 귀했던 시골에서 나는 그 옥춘 캔디위의 개미를 부럽게 보곤 했다. 그때는 참 맛있었던 옛날 과자가 이제는 시간의 덮개가 쌓여 그 황홀함을 잃고 말았다. 나는 옥춘 캔디의 끈적끈적한 달콤함을 감당하기에 덜 달고 다양한 맛을 가진 간식을 너무 많이 맛보았다. 이제 옛날맛옥춘은 정말 옛날맛옥춘으로 남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먹지 않게 될, 점점 그 옛날에 개미가 쌓이듯 먼지가 켜켜이 쌓이게 될 맛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차마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했다. 화려하게 붉은 무늬 위를 총총거리면서 거닐었던 개미들이 나를 가끔 어린 시절로 데려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엌 한켠을 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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