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줄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횟수는 한주에, 아니 한 달에 손에 꼽을 정도다. 아들에게 놀이터나 축구장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라고 말했다. 아들은 놀고 싶어도 친구들이 없다고 했다. 믿지 않았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다. 우리 동 앞 놀이터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늦게까지 노는 아이들 소리 때문에 관리사무실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봄날에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린이집 하교 시간인 오후 4시 즈음에 잠깐 아이들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대체로 조용하다.
아들은 실외활동이 줄었다. 친구들이 없으니 나가기도 귀찮고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다 보니 살도 찌고 의욕이 없어졌다. 할 수 없이 내가 아들과 나가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남편이 거의 매일 아들과 축구를 했지만 남편은 요즘 바쁘게 살고 있어서 짬이 안 난다. 처음에 나는 아들과 아파트 풋살장에서 축구를 했다. 둘이서 놀고 있으면 지나가는 또래 아이들이 함께 놀기도 했던 예전과 다르게 지나가는 또래 아이들이 거의 없다. 아들과 나는 서로의 골대에 골을 넣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하루하고 나는 포기했다. 아들이 찬 공에 다리를 맞고는 무서워서 더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농구공을 샀다. 농구공은 발로 차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농구를 하면 키 크는 데도 도움이 된다니 아들의 다이어트와 키 크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누군가 놓친 공을 던져준 것 외에 농구공을 잡아본 적이 거의 없는 나는 공이 무서웠다. 아들이 공을 던지면 도망가거나 피했다. 그러다가 혹시 손가락이 부러진 것은 아닌가 할 만큼 세게 맞기도 했다. 그래도 농구대에 공이 들어가면 기분이 좋았다. 농구는 축구보다 재미도 있었다. 아들과 나는 자주 저녁을 먹고 농구를 하러 간다. 아파트 놀이터 옆에 있는 농구대 하나가 전부인 곳이지만 아들과 내 실력에는 딱이다.
농구를 하고 있으면 아들의 친구나 또래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함께 하자고 할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아들이 아빠와 축구를 할 때는 늘 그랬으니까. 그런데 지나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정말 이상하다. 놀이터의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사라진 놀이터에는 가끔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아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까 놀이터에서 놀지만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있다고 아들이 말했다.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고 하면 학원 가야 한다고 했단다. 정말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들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학원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아들과 농구를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나도 운동이 되고 좋았다. 점점 골대에 공이 들어가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아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것은 언제나 남편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처음부터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아들과 농구를 하거나 줄넘기를 하는 시간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들이 친구들과 땀 흘리며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아들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아침 등교시간이다. 아이들은 걸어서 십 분도 걸리지 않는 아파트 앞 학교까지 가기 위해 약속을 하고 만나서 학교에 간다. 그래도 그때가 아니면 친구들 얼굴도 목소리도 까먹을지도 모르는데 다행이다. 만나서 놀기보다 전화통화가 익숙해진 아이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