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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n 06. 2021

후회

후회

목에 가시처럼 걸리고 말았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다

왜 몰랐을까 찔끔 눈물이 난다




20대에 썼던 다이어리에서 이 글귀를 찾았다. 최근에 쓴 노트에도 이 글귀가 있다. 나는 이 글귀를 최근에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감정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아. 다시 돌아가도 그보다 더 잘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아니까.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는 가시 같은 후회가 박혀 있었나 보다.


못나게 굴었던 10대 시절과 20대의 내가 부끄럽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던진 말들, 특히 가족에게 했던 말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면 목구멍을 콕콕 찌른다.


악착같다는 말을 싫어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잘해보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이 싫었다. 몸 쓰는 것도 싫었지만 감정을 쓰는 것이 귀찮았다. 낯선 감정, 실패와 실수 후에 오는 좌절과 거절당하는 부끄러움과 상실 같은 감정이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 모든 감정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은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마음을 게으르게 사용한 대가로 열매 없이 시들어 버렸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알 것 같다.


지금 내 목에 걸린 후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들어 버린 스무 살이다. 설레거나 슬프거나 아프지 않기 위해 팔딱거리는 열정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마흔이 훌쩍 넘어버렸다. 다시 가슴이 뛰게 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나의 목에 또 다른 후회가 걸릴 것이다. 그렇게 될까 봐 조용하게 넘어가는 하루하루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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