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꿈바꿈 14호 (18.09.17)
생각한 것: 취업
나의 용기는 무엇일까?
하반기 취업 전쟁이 시작되었다. 기업에서 구직 공고라는 먹이를 던지면, 취준생이라는 굶주린 물고기들이 먹이를 잡기 위한 피 튀기는 경쟁에 참여한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취업 경쟁은 어딘가 비상식적이게 보이기도 한다.
성숙기 단계에 접어둔 대한민국은 젊고 새로운 인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잉여 인력들은 넘쳐 흐르고 있다. 특히 문과의 경우, 적은 자리에 많은 인원이 쏠리는 현상이 돋보인다. 0명을 뽑는 마케팅 직군에 몇백 명의 사람이 지원하고, 00명을 뽑는 영업 직군에는 몇천 명의 사람이 지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과, 서울 중하위권 대학교 비상경학과 졸업, 그리고 여자. 라는 조촐한 스펙을 가진 나는 회사지원에 앞서 매일매일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준비해왔던 직무인, 1명을 뽑는 마케팅을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대학 재학 동안 생각해보지 않아 경험이 전혀 없는, 10명을 뽑는 영업 직무에 지원할 것인가의 선택 앞에서 골머리를 앓는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기도 하다.
고민의 이유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 거다. 일단, 경쟁이 치열한 마케팅 직무에 확 질러버릴 용기가 없다. 고.스.펙 고.학.력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돋보일 나만의 무기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원 앞에 작아진다. 마케팅을 피해 영업 직무 지원을 결심한다. 입사 후 나를 상상한다. 상대방의 대찬 거절에 그대로 고꾸라질 내가 보인다. 영업 관리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의 내가 스트레스받아 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아, 나는 영업 직군에서 살아남을 용기 또한 없다.
선택이 가장 어렵다.
누군가가 여기가 맞다고,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요즘의 내가 궁금해하는 바는 ‘나’ 라는 ‘용기’(容器)에 관한 거다.
나라는 용기는 무엇을 담기 위해 태어난 용기인지 궁금하다.
선택이 가장 어렵다. 누군가가 여기가 맞다고,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요즘의 내가 궁금해하는 바는 ‘나’ 라는 ‘용기’(容器)에 관한 거다. 나라는 용기는 무엇을 담기 위해 태어난 용기인지 궁금하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생태계가 돌아가게 하는 각자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한다. 지구의 산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있는 나라는 생명체도 의도치 않게 세상에 먼지만큼이나마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안에서 살아가는 나는 어떤 일을 부여받고 태어난 것일까. 창조주는 알까? 만약 답이 있다면 그대로 따르고 싶다. 불평하지 않을 자신 있다. 지금은 무얼 선택해도 답이 없는 노답 상태이니까.
보통 누군가가 어떤 그릇인지는 보는 사람이 파악하곤 하는데, (될성부를 잎이라고 본인이 표현하지는 않으니까.) 주변에 의견을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달라 또 고민에 빠진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는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니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고 말을 하고, 나를 생전 처음 본 정량적은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취업 상담관은 ‘스펙이 무난하니 대기업에 가고 싶다면 무조건 많이 뽑는 영업 직무에 지원하라'고 말한다.
뭐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생각을 접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용기가 아닐까. 다행히도 주저하면 안 되는 마지막 순간에 직진하는 용기는 내게 있었다. 결심의 순간이 조금 더 빨랐다면 좋았겠지만. 지르고 나서 가진 스펙으로 필터링에 걸려 안 될 게 뻔한데 왜 시간 낭비했는지 스스로 자책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원래의 나였다면 그래도 삶에는 내일이라는 가능성이 있다던가, 무엇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답다던가, 지금에만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며 글을 맺었을 거다. 오늘은 그런 가식 부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도전할 용기가 필요한 날이다. 요즘 내 하루를 책임지는 것은 3잔의 커피다. 카페인이 주는 힘을 빌려 자기소개’설’을 쓰고 있다. 각성을 주는 카페인처럼, 순간에 용기를 주는 마법의 음료가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날개를 달고 널리 널리 팔릴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