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꿈바꿈 17호 (18.10,15)
생각한 것: 도전
10월의 생각집
백수 취준생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겨자씨이자 글 쓰는 김꿈인 나는 요즘 시간이 아주 많다. 바쁠 땐 몰랐는데, 시간이 많다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다. 남아 넘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요즘의 고민은 어찌 되었든 ‘생존’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쉽게 말하자면 뭐 해먹고 살지와 나 앞으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생각을 많이 하기는 어느 하나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이라는 거다. 답이 없는 문제이다 보니 하나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두루두루 하다가 하루의 끝엔 맥주를 저절로 한 캔 까게 된다. 요즘은 그래도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울 때다’라는 자기 위로로 생각을 끝내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지나갈 일이겠지. 지금은 간절히 지나갔으면 하는 오늘이지만 언젠가 간절하게 그리워할 오늘이지 않을까?(지금은 야근이 꿈. 농담이지만 그 정도로 백수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는 뜻.) 지긋지긋한 오늘을 그리워할 미래의 나를 위하여 이번 글은 사회나이 25살, 호적나이 24살 김꿈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적어보려 한다.
1. 백수 취준생
9월엔 정말 자소서에 묻혀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0여 개의 서류를 냈고 결과는 하나 빼고 전부 탈락. 보통 10개를 내면 하나는 붙는다고 해서 3개쯤은 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의 자기소개서가 문제인 것인지, 기업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인지, 마감일에 치여 복사 붙여 넣기를 일삼던 나의 원서 접수 방식이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호기롭게 취업 전선에 나섰으나 처참하게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 하루에 하나, 많게는 3,4개의 기업에서 ‘귀하의 자질은 우수하나…’로 시작되는 탈락 메일을 받을 때마다 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했다. 탈락이라는 지표가 말하는 바로는 나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지 않은 인간, 즉 ‘잉여인간’이라는 뜻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입으로 ‘나 잉여인간이야.’라고 종종 드립치고 그랬는데 역시 말은 씨가 된다. 자나 깨나 말조심.
장강명 작가의 ‘표백’이라는 소설에서 성숙기에 접어든 사회에서는 많은 노동 인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청년 세대가 힘든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을 읽으며 나의 패배 이유에 원인을 찾은 듯 위로받았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갈 사람은 가더라. 이놈의 고도화된 세상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잘못했나 싶기도 하다. 왜 고등학교의 나는 이과를 가지 않았을까. 맞다. 분명 내 잘못이 크다.
2. 글 쓰는 김꿈
7월에 열심히 준비했던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본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매일 열심히 글을 쓰며 내 글에 정든 탓인지 꽤 흥미로운 스토리라고 생각했고,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탈락 메일을 받았을 때, 취업 원서에 떨어졌을 때보다 조금 더 슬펐다. 나에게 취업이라는 문 뿐만 아니라 다른 문마저도 굳게 닫혀있는 것 같아서였다.
잠자리는 우연히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방에 들어왔고,
출구를 앞에 두고도 유리 창문 한 곳만을 집중 공략하다가
실패하고 제풀에 지치고 말았다.
센치했던 나는 그 잠자리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인턴을 하며 회사에 다니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창문으로 우연히 들어온 잠자리를 보고나서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잠자리는 우연히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방에 들어왔고, 출구를 앞에 두고도 유리 창문 한 곳만을 집중 공략하다가 실패하고 제풀에 지치고 말았다. 센치했던 나는 그 잠자리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출구를 모르고 한 곳에 도전만 줄기차게 하지만, 처음부터 그곳에는 나갈 방법이 없기에 실패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모습. 잠자리에게서 교훈을 얻어 다른 문으로 살짝 가볼까 했는데 거기도 막다른 길이었나보다.
3. 크리에이터 겨자씨
아무것도 안 하고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유튜브를 하고자 마음먹었다. 본격적으로 수익화가 시작되는 1,000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것으로 3달을 봤는데, 28일 만에 1,000명이라는 구독자가 생겼다. 실패로 범벅된 올해, 그나마 작은 성공과도 같았다. 영상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 본 사람은 영상제작이 얼마나 노가다인지 알 것이다. 눈도, 허리도 아플 만큼 영상 제작에 많은 노력을 붓고 있지만, 카페에서 옆 사람이 내 영상을 볼까 화면을 작게 설정해두고 하곤 한다. 아직 내가 겨자씨라는 것에, 하고 있는 일에 당당하지 못하다.
또한, 어찌 됐든 결과물을 올려두고 평가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므로 불특정 다수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관심은 주로 ‘싫어요 6개’나 ‘구독자 수 5명 감소’와 부정적인 일로 향한다.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제법 자주 들어가 확인하고 기분도 즉각 반응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요즘 다른 사람 때문에 나의 기분이 결정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 아래로 말이다.
올해가 2달쯤 남았다. 어느 하나라도 낚이겠지라는 어부의 마음으로 세상에 던진 도전장에는 어느 하나 좋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백수인 채로, 이룬 것이 없는 채로 올해를 마감할까 두렵다. 마음대로 되는 일 없는 나에게 지금 쓰는 이 글, 뉴스레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최소한 재미없다고 탈락시키지는 않으니.
2018년 10월의 나는 이렇다. 어정쩡-하다. 내년은 조금 다를까? 11월에 함께 사주보러 갈 파티원 구합니다.
by. 김꿈